"의사들 사이에서는 대구의료원에서 근무한다고 말하면 '딱하고 안됐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대구의 한 병원장은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개원의가 운영 중이던 병원을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거나, 개업을 시도하다 포기한 의사들이 대구의료원에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의료계 일부의 시각이다.
이마저도 처우나 급여가 민간 병원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져 지원자 중 탈락자가 없을 정도로 경쟁률이 낮다는 인식도 있다.
최근 대구시가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추진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건립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제2대구의료원 건립 시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누가 당선되든 추진 동력을 잃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제2대구의료원 건립 타당성을 설명하면서 시민들이 제2대구의료원 건립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타당성 조사 용역 과정에서 실시한 시민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중 67%가 건립에 찬성했고, 87%가 이용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문제는 타당성 용역 과정에서 단 한 차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로 밀어붙이기엔 앞서 해결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공공병원 이용 수요와는 별개로 양질의 의료진 확보 방안이 시급하다. 기존 대구의료원 의료진의 처우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제2대구의료원도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의 낮은 의료수가는 의료진 급여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낮은 급여 문제뿐만이 아니다. 현재 대구의료원에는 응급‧외상 진료와 교통사고 수술 등을 담당할 정형외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등에 전문의가 한두 명에 불과하다.
대구의료원을 찾는 수술 환자가 많지 않아 숙련도 저하를 우려한 의사들이 대구의료원을 기피하고, 의료진 부족은 또다시 수술 환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감염내과 및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구하기 위해 민간 병원 수준으로 급여를 높여도 지원자를 찾기 어렵다.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 해소'라는 공공병원의 목적에 대해서도 다시 짚어볼 여지가 있다.
현재 각 구·군 보건소에서도 취약계층을 위한 각종 공공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 병원을 이용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 수급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시민들은 결국 진료를 잘하는 병원을 찾는다. 양질의 의료진 공급은 이용 수요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수 인력 공급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로 연결돼 자연스레 시민들이 찾게 된다.
대구시는 적정한 의료수가와 의료진 처우 개선 방안, 의료 인력 공급을 위한 돌파구부터 찾아야 한다. 기존 대구의료원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제2, 제3의 대구의료원을 무작정 늘리는 게 정답은 아니다.
현재 대구의료원은 꾸준히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메르스, 코로나19 등 전 국가적인 감염병 사태 때만 일시적인 흑자가 발생할 뿐, 이마저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자립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충분한 의료 인력 확충 없이는 건립 타당성을 근거로 내세우는 '취약계층의 건강권'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공공병원이 낮은 수가 때문에 저소득층이 어쩔 수 없이 찾는 선택지가 되지 않아야 비로소 차별 없는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건립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
지금의 대구의료원부터 이용자와 의료진 모두 가고 싶은 병원과 일자리가 될 때 진정한 의미의 시민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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