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측의 방해로 멈춘 시민단체 '공기업 사장 알박기' 반대운동

입력 2022-04-03 14:36:46 수정 2022-04-08 13:51:02

경주 원전시민단체 내홍, 성명서 발표 무산에다 현수막도 철거

경주 원전시민단체의 '공기업 사장 알박기 반대운동을 무산시켰다'는 한수원 측의 로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 28일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회원·37명, 이하 범대위)는 경주시청 별관 기린빌딩에서 이진구 ·이채근· 박희순· 이용래· 김동식 위원 등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위원회를 개최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 재연임 반대 성명서' 발표를 위해 모인 이날 회의에서 이진구 위원장이 먼저 "그동안 한수원이 경주를 너무 무시했었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자 모든 참석자들이 이에 동조했다.

이어 소위원회는 심의 내용을 회원 단톡방에 올린 후 3일 뒤쯤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시내 곳곳에도 현수막을 붙이기로 했다.

경주 감포발전위원회가
경주 감포발전위원회가 '한수원 사장 알박기'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붙였으나 며칠 뒤 모두 철거됐다. 독자 제공

하지만 이 위원장은 며칠 뒤 "3월31일 범대위 업무보고회 때 논의하자"며 정반대의 입장으로 돌아섰다. 성명서 발표가 무산될 낌새를 보이자, 범대위 내부적으로 한수원 측의 로비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취재에 따르면 한수원의 고위 간부들이 소위원회가 열린 다음날 이진구 위원장 등을 찾아가 성명서 발표 무산을 청탁 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경주시청 집행부에도 한수원 측의 청탁 전화가 이어졌고 감포발전위원회가 문무대왕면 일대에 내건 현수막 5장도 며칠 뒤 모두 철거됐다.

결국 성명서 발표가 무산된 지난 1일 열린 범대위 업무보고회에서도 한수원 측의 밀실작업이 일부 드러났다.

이 위원장은 " 범대위 단톡에 올린 소위원회 논의 내용을 다음날 한수원이 낱낱이 알고 있었다"면서 "이후 한수원은 범대위원 개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다"며 청탁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모든 회원이 '성명서 발표' 강행을 주장했음에도 불구, "회원 과반수가 참석하지 않았다"며 독단적으로 발표를 무산시켰다.

김동식 위원은 "일부 위원 불참은 한수원의 눈치보기나 범대위 집행부의 설득 때문"이라고 비난했고 남홍 전 위원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현재 범대위는 내부적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 와해공작을 조직적으로 벌인 한수원 고위간부들이 누군지 추적, 향후 반드시 퇴출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에 경주시청 집행부는 "범대위 활동에 관여한 적이 결단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산자부는 4일까지 임기 만료인 '정재훈 한수원 사장 1년 재연임'을 청와대에 제청하지 않기로 해, 정 사장은 후임 사장이 결정될 때까지만 현직을 유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