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나의 코로나19 체험기

입력 2022-03-30 06:30:00

네 가족 전원 확진…억울함, 미안함 등 복합적 심경
격리 생활을 통해 느낀 일상의 소중함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얼마 전 금요일 저녁부터, 목이 따끔거리더니 목소리가 이전과 달라지기 시작했다. 약간 쉰 듯한 목소리. '아뿔싸. 코로나에 내가 감염된 것일까?' 10만, 20만이던 코로나 환자가 30만 명 이상으로 매일같이 확진되던 때, 어디서든 코로나에 걸릴 수 있고 그것이 내가 되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던 시절. 용케도 잘 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복잡다단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외래는? 입원환자는? 아이들은? 가족들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가키트검사를 하였다. 면봉을 코 깊숙이 넣어 검체를 채취하고 시약을 섞고, 키트 위에 떨어뜨렸다. 대조값으로 설정된 곳에 빨간색으로 한 줄이 그어졌다. 다행히 한 줄만 생겼다. 이전에도 일 년에 한두 번씩 인후염으로 고생했던 적이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최대한 가족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하루가 지났다. 그다음 날에도 자가키트검사가 음성이었다. 조금은 불안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두 번이나 음성이어서 별 걱정은 없었다. 그러다 토요일 오후부터, 아이들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열은 없었다. 일요일이 되어서,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내준 자가키트검사를 오후에 하게 되었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검사한 첫째가 양성, 연이어 시행한 둘째의 자가키트검사도 양성, 아내도 양성이었다.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한 나의 검사에서도 선명한 두 줄이 그어졌다. 온 가족이 자가키트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양성인 자가항원키트 4개를 책상에 올려놓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 너무 황당했다. 그리고, 가족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졸지에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키트 네 개를 고이 싸서 들고 코로나 PCR 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PCR 검사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발표되는 코로나 확진자 집계에 우리 가족 4명의 이름이 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검사를 마치고, 필요한 각자의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와서 기다렸다. 다행히 밤늦게 결과가 나왔다. 생각도 못 하고, 상상도 안 했는데, 가족 모두 코로나 PCR 양성, 코로나 확진자들이 된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일단은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 가족회의를 하였다. 일단은 7일간 집안에서만 생활해야 되고, 제일 큰 문제는 식사와 아이들 학업 문제였다. 아내는 1주일 식량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에 여념이 없었고, 아이들은 학교 담임 선생님께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나도 다음 한 주 동안 외래며, 검사를 다 연기해야 했기에 병원에 연락하였다. 아프고, 병에 걸린 것도 억울한데, 병원에 연락하려니 왜 그렇게 미안하고, 부끄러운지(?)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병원의 다른 선생님들, 간호사들도 코로나 감염으로 격리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위로가 되긴 하였다.

일주일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매일 같은 동선으로 다니니 단조롭고 답답했다. 첫째, 둘째 날은 푹 쉴 수 있어 좋았지만, 3일차에 접어드니,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졌다. 음식도 첫째, 둘째 날은 배송된 재료로 맛있게 요리해서 먹었지만, 셋째 날부터는 재료는 다른데 음식 맛이 신기하게도 비슷했다. 넷째 날부터는 언제 해제되나 날짜만 헤아리고 있었다.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게 7일의 시간이 지나갔다. 다시 아침에 깨서, 병원으로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등교를 하게 되는 분주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나와 집 앞의 나무를 보며, 그리고 일상의 풍경을 보면서, 갇혀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와서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살면서 가족들과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한 시간이 있었던지, 그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또한 감사했다. 비록 연기된 진료와 검사를 해야 해서, 한 주 동안 바쁘게 또 살아야 하겠지만,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들이 당연한 것이 아닌, 그것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보니,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