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금강송 군락지 100여m 소실…산불 진화율 65%

입력 2022-03-08 18:04:22 수정 2022-03-08 20:13:43

산불영향구역 1만8천여㏊로 늘어
내화수림대 조성·임도 보강·간벌 등 대형화 방지 대책 절실

울진 산불 발생 닷새째인 8일 오후 소방당국이 최후의 방어선을 치고 버텨온 경북 울진군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 불길이 넘어오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울진 산불 발생 닷새째인 8일 오후 소방당국이 최후의 방어선을 치고 버텨온 경북 울진군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 불길이 넘어오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산림·소방 당국이 총력전을 벌였지만 국가중요자산인 금강송 군락지 일부가 울진·삼척 산불로 결국 피해를 입고 말았다. 다행이 큰 불로 번지진 않았지만 인접 지역에 불길이 여전해 긴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갈수록 대형화 하는 산불에 대응해 내화수림대 조성과 임도 확충, 간벌 활성화 등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울진·삼척 산불은 민가가 많은 울진읍 부근 불길이 90%가량 잡혔지만 응봉산 인근,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 앞 사선은 여전하다. 총 60㎞에 이르는 전체 불의 띠를 고려한 진화율은 전날 50%보다 15%포인트(p) 늘어난 65% 수준을 보인다.

이날 헬기 82대, 지상진화장비 332대, 진화인력 4천554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불이 다 꺼지기까지는 수일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5시 현재 산불영향구역은 전날 같은 시각 1만7천685㏊보다 736㏊ 늘어난 1만8천421㏊로 불어났다. 울진은 1만7천279㏊, 삼척은 1천142㏊가 피해를 봤다.

한 때 불이 옮겨붙였던 금강송 군락지는 100여m가량 손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현재는 진화가 됐고 밤새 감시인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방침"이라며 "피해 정도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일부 고사목이 탄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경북 울진 산불 닷재째인 8일 국내 최대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경계까지 불길이 다가와 연기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울진 산불 닷재째인 8일 국내 최대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경계까지 불길이 다가와 연기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도는 덕구온천리조트에 이재민 일부를 분산하고 현장지원단을 파견, 산불 피해 복구를 종합 컨트롤 할 방침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산불진화 후 이재민이 빠른 시간 내에 생업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주민이 원하는 곳에 임시주택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차질을 생기지 않도록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버스 4대를 편성, 이재민 투표를 위한 교통편의도 제공하기로 했다.

울진·삼척 산불이 5일간 꺼지지 않으며 장기화하자 산불 대형화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특히 최근 경북에서 2020년 안동산불, 2021년 안동, 예천산불, 올해 영덕, 고령산불까지 100㏊ 이상 피해를 낸 대형산불이 잇따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과거 '대형산불은 곧 강원도'라는 공식이 깨지고 '경북도 산불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등식이 본격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북은 애초부터 화재에 취약한 침엽수림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많고 동해안을 품은 지형 탓에 봄철 대표 강풍으로 분류되는 '양간지풍' 세력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임목 축적량 역시 전국 평균보다 높아 일단 산불이 대형화하면 쉽게 진화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울진 산불 발생 닷새째인 8일 오후 소방당국이 최후의 방어선을 치고 버텨온 경북 울진군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 불길이 넘어오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울진 산불 발생 닷새째인 8일 오후 소방당국이 최후의 방어선을 치고 버텨온 경북 울진군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 불길이 넘어오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전문가들은 경북의 산불 대형화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등 침엽수림으로 조성된 산림을 대상으로 불에 강한 내화수종을 심어 '내화수림대'를 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산불 예상 진행 방향, 주요 시설물과 도로, 임도, 집단마을 등을 살펴 띠 모양으로 내화수림 숲을 조성하거나 기존 숲을 개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진 산불 발생 나흘째인 7일 오후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산림청 직원들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울진 산불 발생 나흘째인 7일 오후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산림청 직원들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또한 산불진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임도망을 확충해 산불의 대형화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산불의 3대 요소인 산소·온도·연료 가운데 선제적 '연료 제거'가 확산 방지의 주요 요소라는 분석이 나온다. 빽빽한 산림을 대상으로 적절한 벌채와 간벌을 시행해 불에 탈 수 있는 물질을 줄이는 게 산불의 급격한 대형화를 막는 주요 대책이 된다는 것이다.

산림당국 한 관계자는 "산불 진화 현장에 나가보면 낙엽은 수십㎝ 쌓여있고 숲이 우거져 '과연 끌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면서 "탄소중립 등으로 산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산불 대형화를 막기 위한 적절한 벌채나 간벌, 수종 개량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