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0일 '의용소방대의 날' 제정 관련 법률이 공포돼 올해 3월 19일 제1회 '의용소방대의 날'을 맞이한다. 그간 의용소방대가 지역사회에 보여준 희생·봉사 정신과 노력, 성과가 인정받은 결과일 것이다.
의용소방대는 비상근으로 근무하면서 119 소방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지역 주민 가운데 희망자로 조직된 자율적 민간 봉사단체로서 화재는 물론 각종 재난의 예방과 수습에 적극 참여해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다.
의용소방대는 역사적으로 소방 조직과 함께 성장하며 시대에 따라 역할도 조금씩 변화해 왔다. 불을 끄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역사에 소방 조직이 처음 등장한 것은 세종 8년(1426년) 최초의 소방관서라 할 수 있는 금화도감이 설치되면서부터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세종 19년 대구 경상감사의 주청으로 의용소방대의 시초 격인 지방의용금화 조직이 처음 설치됐다. 이후 소방조, 경방단 등 명칭을 거치면서 지난해 소방법 개정에 의해 의용소방대의 설치 근거가 규정된 날인 3월 11일과 119를 조합해 3월 19일을 '의용소방대의 날'로 정했다.
전국 10만여 명, 대구 2천여 명의 의용소방대는 화재·구조·구급·예방뿐 아니라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범시민 운동을 전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020년 2월 소방동원령으로 전국 119구급차 10대 중 1대가 대구로 집결해 코로나19 확진 환자 이송 업무에 매진하며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 선뜻 급식을 지원하겠다는 이가 없었다. 자원 집결지와 구급차, 개인 소독을 철저히 한다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용소방대는 두려움 속에서도 대구로 자원해 달려온 119대원들을 위해 배식 봉사에 나섰다. 봉사할 사람들이 있으니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단체들도 속속 생겨났다. 119대원들이 따뜻한 밥 한 끼에 마음까지 든든해하며 책임감을 갖고 이송하는 모습을 보고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다는 인터뷰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 현장에는 자신들의 생업과 연계해 구급차량 수리, 기본 물품 제공 등을 지원하는 의용소방대원들도 많았다.
점차 변화하는 상황에 필요한 부분을 찾아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마스크 부족 사태에 생산공장 인력 지원과 약국 마스크 판매 일손을 돕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 지원, 거리 두기 지침 준수 캠페인, 헌혈 동참, 농촌 일손 돕기 등 어렵고 궂은일까지 수행하였고 이는 범시민 운동으로까지 확산해 나갔다. 이처럼 재난 현장 지원과 예방 활동뿐만 아니라 생활 안전 전반에 이르기까지 활동의 폭도 넓어졌고 그에 따른 규모와 역할 또한 커지고 있다.
높아진 위상만큼 의용소방대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지역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 소방의 든든한 조력자 등 희생과 봉사 정신을 근간으로 시작한 의용소방대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전문성을 높이고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되고 있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멈추지 말고, 필요한 분야의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의용소방대의 날' 제정이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의용소방대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자긍심과 사기를 높일 것은 분명하다. 높아진 위상을 밑거름으로 의용소방대는 소방 조직과 함께 어떠한 재난과 위기가 찾아와도 슬기롭게 극복하며, 헌신적인 지역 안전 파수꾼으로 길이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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