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행복 레시피 '3희(喜) 1비(悲)'

입력 2022-03-03 14:59:36 수정 2022-03-04 18:27:10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행복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행복은 도착지에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의 여정 자체라고도 한다. 행복에 관한 '썰'은 다양하지만 긍정적이고 낙관적일수록 행복해지기 쉽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 늘 긍정적이고 낙관적일 수만은 없고 다양한 시간 간격으로 우리는 희비(喜悲)를 오간다. 그렇다면 얼마나 긍정적이어야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 긍정성과 부정성의 적절한 비율은? 행복해지기 위한 긍정과 부정의 절묘한 비율 말이다.

기분이 좋으면 주변 사람에게 너그러워지고 가는 말도 고와지고 이래저래 일도 잘된다. 그러면 타인들은 나를 좋게 평가해 주고 나는 더 기분이 좋아져 신바람이 나서 주변에 친절을 베풀고 일은 더 잘되고…. 이것은 선순환을 넘어 '상승 회오리'(Upward Spirals)다.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 아니라 돌면서 점점 더 올라간다. 이것을 긍정심리학자 프레드릭슨은 '확장 및 구축 이론'(Broaden and Build Theory)이라고 이름 붙였다.

당연히 '하강 회오리'(Down Spirals)도 있다. 이것은 반대로 점점 아래로 떨어지면서 줄어드는 형세다. 부정성의 원리이다. 내가 기분이 나쁘면 주변 사람들을 퉁명스럽게 대하고 업무에서도 사소한 결점을 잘 집어내지만 전체적으로는 일에 차질을 빚는다. 그러면 나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는 좋지 않고 나는 기분이 나빠져 화가 나고 남을 원망하고 일은 더 어렵게 되고…. 이런 식이다.

긍정으로 상승하든 부정으로 하강하든 이러한 회오리에 한 번 걸려들면 빨려 들어간다. 현실에서 우리는 늘 긍정과 부정을 오가니까 이 두 개의 회오리는 사실 늘 함께 있다고 하겠다. 그럼 두 회오리가 부딪치면? 강한 것은 약한 것을 집어삼킨다. 불행히도 하강 회오리, 다시 말해 부정의 기운이 더 강하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인류 공통의 6개 얼굴 표정이 있다. 그중 긍정 정서는 행복(happiness)으로 표현되는 단 한 가지이며 나머지 다섯 가지는 모두 부정 정서(분노, 혐오, 공포, 슬픔, 놀람)이다. 이는 인간이 그만큼 살기 힘들었다는 뜻이다.

선사 시대부터 인간은 늘 위험 속에서 생존의 사투를 벌여 왔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의심, 불안, 걱정 등)이어야 했다. 프레드릭슨은 긍정 정서가 부정 정서를 상쇄할 수 있는 비율을 3대 1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안 좋은 말을 한 번 하면 좋은 말을 세 번은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 좋은 기분을 한 번 느끼면 세 번은 좋은 기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제야 겨우 긍정성이 발휘된다고 한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음 지옥에서 벗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과 원만하게 관계를 맺고 자신의 잠재력을 잘 발휘하려면 긍정성과 낙관성이 제법 도움이 될 것이다. 가만히 두면 부정성은 생존의 법칙에 의해 자동적으로 발동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부정 하강 회오리는 긍정 상승 회오리를 압도해 버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긍정 회오리를 강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억지로 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부정성의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그 좋다는 긍정성의 상쇄 효과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수고와 노력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한 번 거친 마음을 가졌다면 적어도 세 번 이상 고운 마음을 가져 보자. 오늘 한 번 험한 말을 했다면 세 번 이상 부드러운 말을 해 보자. 이번 주말 행복 레시피로 '3희(喜) 1비(悲)'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