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산업 '형제의 난'…막 내린 공동 경영

입력 2022-02-22 18:20:10 수정 2022-02-23 07:32:52

이인중 명예회장 "112만주 협의 없이 매각, 배임 행위로 동생 고소"
이홍중 회장 "단독경영 의도 없었다…원만한 해결에 최선 다할 것"
3월 주총서 양 측간 표 대결 양상 벌어질 듯

화성산업이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사옥 전경. 화성산업 제공
화성산업이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사옥 전경. 화성산업 제공
이홍중 화성산업 회장
이홍중 화성산업 회장

대구의 대표적 건설기업인 화성산업에서 '형제의 난'으로 불릴만한 소송이 벌어졌다. '형제 경영의 모범'이자 대구의 대표적 기업인 터라 지역 상공인들 대다수가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

이인중 명예회장은 최근 동생인 이홍중 회장과 특수관계법인인 화성개발 이사진, 자회사인 동진건설 이사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대구지검에 고소했다. 이홍중 회장이 화성개발에서 보유 중인 화성산업 지분을 동진건설에 매각해 공동경영 신뢰를 깼다는 게 이인중 명예회장 측 주장이다.

이 명예회장 측에 따르면 이 회장은 관련 지분 112만주(지분율 9%)를 협의 없이 자신의 지배 아래 있는 동진건설에 매각했다. 이 주식은 상호주여서 의결권이 없었으나 동진건설에 매각되면서 그 권리가 복원됐다. 이 회장이 회사 지배력을 높여 단독경영 체제를 갖추려고 이 같이 움직인 것으로 이 명예회장 측은 보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이 회장은 '화합하여 경영하라'는 창업주의 유지 뿐 아니라 저와의 신뢰를 깨트리면서 오로지 회사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싶은 욕심에 자신이 지배하는 관계사로 주식을 이동시켰다"며 "사익을 추구하고 배임행위를 한 이에게 선량한 경영자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화성산업은 창업주 고(故) 이윤석 회장의 아들인 이 씨 형제가 함께 경영해왔다. 그러던 중 2019년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종원 대표가 이 회장과 공동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이번 일로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 숙부와 조카로 이뤄진 쌍두마차 체제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화성산업 지분은 지난해 9월말 기준 이인중 명예회장이 9.34%로 가장 많다. 이밖에 화성개발 9.27%, 이종원 대표 5.31%, 이홍중 회장 5.20%, 동진건설 0.96% 등을 보유 중이다. 동진건설 주요 주주는 화성개발(46.2%)과 이홍중 회장 및 특수관계인(12.5%)이다.

이 회장 측은 다음 달 25일 열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신의 연임과 이 명예회장 측의 경영권 배제를 위해 주주제안에 나선 상황이다. 2019년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이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까지다.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인 이 회장이 주주제안을 통해 재선임 이사 후보로 추천됐다는 것은 그가 이사회에서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화성산업도 보통 상장사들처럼 이사회에서 등기이사 추천후보 명단을 확정한 후 주주총회에 이사 선임 안건을 올린다고 정관에 규정해 놓았는데, 그 대신 주주제안이라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단독경영을 할 의도는 애초 없었다. 이사회를 무산시키면서 이사 재신임을 해주지 않는 등 아예 자리에서 밀어내려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주주제안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수십년 간 지역사회의 아낌을 받아온 회사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 지역민에게 부끄럽다. 원만하게 사태가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