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한평생 아프고 고생만한 우리 엄마 이젠 보내줘야 하는데…"

입력 2022-02-22 06:30:00 수정 2022-02-22 08:21:58

대부분 세월 아픈 아빠 병수발에 바친 엄마, 우울증으로 정신 피폐해져
뇌에 대상포진에 파킨슨병까지 덮쳐…외동딸 "호강 한번 못 시켜줬는데" 숱한 후회

딸 채수연(가명·41) 씨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엄마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배주현 기자
딸 채수연(가명·41) 씨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엄마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배주현 기자

"엄마, 제발 내 두고 가지 마라…제발"

대구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산소 호흡기 하나에 의지한 채 숨을 헐떡이는 심재영(가명·62) 씨가 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아주 천천히 끄덕인다. 눈조차 뜨지 못할 정도로 몸은 망가졌고 의식은 희미하다. 의사는 곧 심 씨가 생을 마감한다고 했지만 심 씨는 꺼져가는 목숨을 악착같이 붙잡고 있는 듯했다.

오래 아팠던 엄마, 이젠 보내줘야 함을 알지만 딸 채수연(가명·41) 씨는 차마 그러지 못하겠다. 외동딸인 채 씨. 엄마마저 떠나면 세상에 혼자 남는다. 남편과 딸이 있지만 그래도 부모가 없어진다는 게 두렵다. 심 씨 역시 그런 딸이 걱정되는지 어떻게든 생을 꼭 붙잡고 있다. 엄마의 사랑은 대단했다.

◆병수발로 정신이 피폐해진 엄마

심 씨는 오랫동안 남편 병간호를 했다. 만성질환에 뇌출혈이 잦았던 남편은 자주 아팠다. 뇌에 물이 차는 뇌염에다 치매까지 오면서 심 씨는 삶의 대부분을 남편 병수발을 하며 살았다. 대·소변은 물론 밥상까지 뒤엎어버리는 행동 모두 군말 않고 받아냈다. 그러다 남편은 지난 2019년 자신의 생일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길었던 병수발로 심 씨의 정신건강도 피폐해졌다. 우울증을 앓던 심 씨의 증세는 남편이 떠난 뒤 심해졌다. 남편이 떠난 지 채 20일도 안 됐을 때 심 씨는 이상 행동을 했다. 우울증 약을 술과 함께 털어 넣거나 집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당시 심 씨와 함께 있었던 채 씨의 딸이 그 모습을 숱하게 목격하면서 일터에 있던 채 씨는 매번 집으로 달려와야 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심 씨는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안정세는 10개월을 가지 못했다. 심 씨는 다시 이상행동을 시작했다. 한밤중 갑자기 손님이 온다며 과일을 깎아대거나 죽은 남편이 어딨냐며 찾았다. 고열에 축 늘어져 잠만 잤다. 심 씨의 뇌엔 대상포진이 퍼진 뒤였다. 3개월간 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채 씨는 일까지 포기하고 엄마 병간호에 매달렸다. 한평생 고생만 한 엄마의 건강을 꼭 되찾고 싶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엄마를 채 씨는 극진히 모셨지만 이미 뇌가 망가져 버린 탓인지 심 씨에겐 파킨슨병까지 찾아왔다. 잠시 채 씨가 외출하고 온 사이 심 씨는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거나 휴지에 불을 붙였다. 결국 4개월 뒤 뇌염과 급성 폐렴이 오면서 다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돈 없어 쌓이는 병원비

한밤중 불 꺼진 거실, 소파에 누운 채 씨의 눈 앞에 10년 전 한 장면이 아른거린다. 동네 병원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던 채 씨, 기지개를 켜기 위해 고개를 들자 병원 출입문 앞에 엄마가 활짝 웃으며 피로회복제를 흔들며 서 있다. 세상에서 채 씨가 가장 사랑했던 엄마였다.

눈을 뜨니 다시 암담한 현실이다. 이제 엄마는 폐가 새하얗게 변해 홀로 숨을 쉬지 못한다. 산소 호흡기에만 의지하고 있다.

좋은 치료란 치료는 다 해주고 싶지만 돈이 없다. 심 씨가 기초생활수급자였던 터라 그동안 병원비는 감당할 수준이었지만 최근에 몸에 피를 다 빼고 다시 주입하는 에크모 치료를 받은 뒤 밀린 병원비가 2천만원이 훌쩍 넘었다. 엄마 병간호를 위해 직장도 그만둬 모아둔 돈은 없다. 남편도 일용직을 전전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남편이 벌어온 적은 수입으로 초등학생 딸을 먹여 살리면 금세 한 달 생활비는 없어지는데 밀린 병원비 독촉 전화가 잦다.

채 씨는 요즘 자신이 미워진다. 한평생 아버지 병간호를 하면서 자신의 딸까지 봐준 엄마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하는데 자꾸만 돈이 발목을 잡는다. 그렇지만 호강 한번 시켜주지 못한 엄마를 이대로 차마 보낼 순 없다. 외동이라 형제, 자매도 없어 엄마의 생사를 홀로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에 미칠 것만 같다.

그렇게 채 씨는 숱한 후회와 자책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엄마 곁에서 함께해온 모든 순간이 아쉽고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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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손자 키우고 있는데 몸이 아픈 라애선 씨에 2,442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아들 부부가 맡긴 손자를 홀로 키우고 있지만, 몸이 아파 돈을 벌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라애선(매일신문 2월 8일 자 10면) 씨에 2천442만6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장정순 10만원 ▷전우식 5만원 ▷류근철 3만원 ▷권오영 1만원 ▷전병옥 1만원 ▷김기만 1천원 ▷'성모님사랑' 10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중증 뇌병변 장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임성준 씨에 2,086만원 성금

아내와 이혼 후 두 아이를 홀로 키우다 중증 뇌병변 장애로 투병 중인 임성준(매일신문 2월 15일 자 10면) 씨 사연에 48개 단체 189명의 독자가 2천86만3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박기태)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한성대세무회계사무소(한성대)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김기욱)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함지박식당 3만원 ▷덕일약품(이병규) 2만5천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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