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적 비리로 광복회장 사퇴하며 ‘민족정기’ 운운한 김원웅

입력 2022-02-17 05:00:00

김원웅 광복회장이 16일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운영해 온 카페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적으로 사용한 논란과 관련, "광복회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사퇴 입장을 표명하면서 "친일 미청산은 민족 공동체의 모순"이라며 "민족의 갈등과 분열은 친일 미청산이 그 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떠나지만 민족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18일 광복회 임시 총회에서 해임이 확실시되자 먼저 퇴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회장의 민족정기 운운은 소가 웃을 일이다. 민족정기가 훼손되고, 친일파가 생겨난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가? 조선의 지도자들, 지방의 관리들이 김 회장처럼 부패하고, 탐관오리들이 사리사욕을 채웠기 때문이다. 일을 해서 소출이 많이 날수록 많이 빼앗겼기 때문에 백성들은 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나라가 망하고, 나라 잃은 백성들이 개·돼지만큼의 존엄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친일파가 생겨난 근본적 원인이다. 우리 힘만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남이 흘린 피로 해방을 쟁취했기에 친일파를 제대로 척결하지 못했고, 민족 분단도 발생했다.

김 회장은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장학사업을 한다며 카페를 운영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 중 상당액을 한복·양복 구입비, 마사지비로 쓰거나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 공사비 등으로 썼다. 그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관련 각종 상을 만들어 현재 여권 인사들에게 줄줄이 나누어 주어 독립운동 정신을 퇴색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회장은 2000년 총선에서 '토착 왜구'가 득실댄다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1972년에 공화당 사무처 공채 직원으로 합격했고, 전두환 정권 때 민주정의당에서 국장급 당직을 역임했다. 이승만 대통령과 안익태 선생에 대해 '친일'이라고 국립현충원 파묘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력 논란에는 '생계형'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런 사람이 친일파 청산, 민족정기 운운한다. 가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