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끝내 좌절…28년간 못 깬 '쇼트트랙 500m' 장벽

입력 2022-02-13 21:02:32 수정 2022-02-13 21:14:55

1994 릴레함메르 올림픽, 채지훈 '유일한 金' 이후 번번이 불발
'평창 銀' 황대헌, 베이징 준결승 실격…"시도 후 실패하는 편이 나았다고 판단"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 2조 경기를 마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 2조 경기를 마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간판 선수 황대헌도 쇼트트랙 500m 장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111.12m의 짧은 트랙을 4바퀴 반 도는 쇼트트랙 500m는 빙상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선수단에 있어서도 몇 안 되는 취약 종목이다.

그간 한국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은 폭발적 힘을 지닌 서양 선수들의 순간 스피드를 이겨내지 못한 채 올림픽 쇼트트랙 500m 무대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 중 올림픽 해당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때 채지훈이 유일하다. 한국 쇼트트랙의 원조 에이스 김기훈, 레전드 전이경도 금메달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안현수(러시아 명 빅토르 안) 중국대표팀 기술코치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그의 당시 국적은 러시아였다.

최근 급부상한 황대헌이 우리 단거리 기록의 기대주였다. 황대헌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부흥고에 재학 중이던 가운데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는 서양 선수 못지않은 하체 힘과 스타트 능력,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단단한 체구를 앞세워 단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남자 1,500m와 남자 1,000m에서 모두 넘어지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남자 500m에서 쾌거의 은메달을 차지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메달을 딴 건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안현수(동메달) 이후 12년 만이었다.

이에 황대헌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이 종목 메달 후보로 꼽혔다.

황대헌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m 준준결승 3조에서 막판 짜릿한 역전 드라마로 준결승에 진출하며 메달 가능성을 밝혔다.

그러나 준결승 2조에 오른 황대헌은 결승 문턱에서 무리하게 추월하다 실패하면서 메달 획득에 끝내 실패했다. 결승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다 앞서가던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부딪히면서 페널티 판정을 받고 실격된 것이다.

28년 만에 도전한 쇼트트랙 500m의 높은 벽을 깨려면 결국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 도착한 황대헌은 먼저 "캐나다 선수(뒤부아)에게 미안해서 사과했다"고 밝힌 뒤 "결국 실패했지만, 시도도 안 해볼 수는 없었다. 머뭇거리고, 주저하면서 끝내기보다는 끝까지 시도하고 실패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고 다소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한 이유를 설명했다.

황대헌은 "오늘로 개인전이 끝났는데, 후회나 미련 없이 레이스를 펼친 것 같다.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남은 단체전(5,000m 계주)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이 계주에서 우승하면 황대헌은 2관왕에 오른다. '2관왕 욕심이 나느냐'는 질문에 황대헌은 "욕심난다고 해야 하나요?"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이어 "단체전은 (나 혼자 이름이 아닌) 한국으로 나가는 종목인 만큼 준비한 것을, 우리의 팀워크를 다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