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의 도발과 대남심리전

입력 2022-02-07 10:21:55 수정 2022-02-07 15:35:18

배정호 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정치학박사)

배정호 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정치학박사)
배정호 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정치학박사)

북한이 설 연휴에 일곱 번째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발사했다.

특히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번 설 연휴는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게임을 벌이고 있는 여야 후보들의 지지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심 조성에 매우 중요한 기간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쏘아올린 '화성 1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군사적 차원만이 아니라,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 전략적 차원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2010년 6월 2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이용해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북풍을 일으켰다. 북한의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전선은 '남조선 인민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2010.5.29 조선중앙통신)를 통해 "이명박 패당에게 주는 표는 '전쟁의 표'이고 '파쇼독재의 표'"라며 심리전을 펼쳤다. 그 결과, 6월 2일 지방선거는 정책 대결이 아닌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호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여당인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또, 2012년에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경합하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은 대선기간 내내 통일전선부 산하 단체를 내세워 박근혜 후보를 비난하였고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였다.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은 "각계 민중은 단결된 투쟁으로 제2의 유신독재, 새누리당 정권의 재출현을 절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동하였고, 대통령 선거 투표날을 7일 앞둔 12일에는 대포동 2호 장거리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였다.

그리고, 박 후보가 같은 해 12월 19일 선거에서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북한은 2013년 2월 2일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한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한국의 대선 등 중요한 정치적 시점에 무력 도발을 감행하였고, 통일전선 공작의 심리전, 선전선동을 펼치면서 개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이런 전례를 봤을 때 새해 들어 북한의 연속적인 일곱 차례 미사일 발사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북한의 전략적인 도발인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어느 대선 때보다도 정권교체에 대한 여망이 크고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박빙의 선거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전의 대통령 선거 때보다도 훨씬 강력하고도 도발적인 북풍을 연속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여야의 대통령 선거를 향한 경선이 시작되자, 북한은 통일전선부 산하 선전 매체를 통하여 윤 후보를 "권력 하이에나 파쇼독재 통치에 현혹된 미치광이"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줄 정치적 화근덩어리" 등으로 비난한 바 있다. 윤 후보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연속 발사에 대한 대응과 관련,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가정한 선제타격을 주장하자, "전쟁광 윤석열이 민족 공멸의 선전포고를 했다"고 맹비난하며 후보 사퇴까지 압박하였다.

북한의 3월 대선 개입을 위한 도발과 '전쟁이냐 평화냐'의 대남 심리전과 선전선동을 경계하여야 한다. 북한의 대남·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구국전선' '메아리' '내 나라' '려명' 등에서 전개되는 대남 심리전과 선전선동에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하고 대비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