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삼모사

입력 2022-02-02 15:15:54 수정 2022-02-10 17:01:23

이재명, 윤석열. 연합뉴스
이재명, 윤석열. 연합뉴스
최창희 디지털국 부국장
최창희 디지털국 부국장

긴 설 연휴 동안 어떤 영화를 볼지 가족 간 갑론을박 끝에 '조커'를 선택했다. 코로나19로 '집콕'하면서 TV나 종편을 통해 방영된 영화는 섭렵한 후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 나름 결제비가 아깝지 않았다.

특히 조커(호아킨 피닉스 분)의 계단 춤이 눈길을 끌었다. 기괴하다고 할까. 내뿜는 담배 연기에 언뜻 내비치는 웃는 모습이 섬뜩하면서 애처롭다. 계단에서 떨어질까, 흥건히 고인 물에 옷이 젖을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자신을 얽매였던 법·도덕·관습을 벗어던진 듯한 자유로움이었다. 이 춤을 신나게(?) 춘 뒤부터 조커는 진정한 악당으로 변신했다. 방송에 나와서 거리낌 없이 공개 살인을 저지르고 대중을 선동하고도 반성은커녕 대놓고 조롱까지 해댄다. 그런 조커를 향해 열광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더 섬뜩하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후보를 고르지 못했다. 이재명·윤석열 등 유력 후보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흙수저로 알려진 이 후보는 추진력과 실무 능력을 겸비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세금을 쓰면서 자기 돈처럼 생색낸다는 평가도 존재하고 있다. 고시 9수생이었던 윤 후보는 공정과 정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예리한 검사로서는 모르겠지만, 국정 운영 능력 등에서는 물음표를 갖는 이들도 많다.

영화
영화 '조커' 스틸컷

무엇보다 두 후보 모두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형수 욕설, 대장동 비리에 이어 아내 김혜경 씨에 대한 논란이 새롭게 일고 있다. 윤 후보는 처와 처가를 둘러싼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두 후보의 국정 철학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이재명은 포용국가, 윤석열은 공정경제를 내걸고 있지만, 글쎄다. 정작 중요한 지방소멸,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연금·노동 개혁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 없는 것 같다. 기업인과 노조를 만났을 때 달라지고 호남과 영남에서의 말이 달라진다. '당선만 되면 된다'는 생각에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공약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어쨌든 한 달이 지나면 승자가 정해진다. 그 후의 모습이 더 두렵다. '5년 내내 정치 보복으로 날이 새지 않을까' '대장동 등장인물 같은 이들이 또다시 설치며 국정 농단을 하는 건 아닐까' '흥청망청 세금을 뿌리다 중남미 포퓰리즘 국가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계단 춤을 춘 조커가 본격적인 악당으로 변했듯이 대선 후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그동안 '이 정도면 대통령으로 괜찮겠다' 싶어 선택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는 순간 달라졌다. 불통과 아집, 그리고 무지….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난다.

내심 설 연휴인 지난달 31일 하기로 한 TV 토론을 기대했다. 조금이라도 후보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였다. 두 후보는 마스크 뒤의 모습을 들킬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서로 허세·생떼를 부린다고 비난만 하다 양자 토론은 물거품이 됐다. 날짜로 부딪치고 주제를 가지고 싸우다 결국 '자료 지참'을 두고 기 싸움 끝에 불발됐다. 그래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서로 핑계를 대서 양자 토론 자체를 무산시킨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조삼모사(조금 애매하면 3번, 모르겠으면 4번). 수능 수험생들의 필살기란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국민에게 또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때마침 3일 안철수·심상정 후보까지 참가하는 4자 토론이 열린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