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개인주의에 대한 비난과 희망이 엇갈린다. 어떤 이는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가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회를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반면 어떤 이는 개인주의가 공동체의 도덕적 기반을 허물어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개인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MZ세대가 추구하는 탈권위의 가치에 주목하는 반면, 개인주의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공동체와 공공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후퇴하는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오늘날 정의‧인간해방‧국가발전 등의 거대담론이 타당성을 잃고 인기가 없어진 이유가, 점점 널리 퍼지는 개인주의 때문인지 아닌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한국 사회도 시대 흐름에 맞춰 개인주의 시대를 맞이했다는 사실이다.
혼밥‧혼술 등의 라이프 스타일이 일상화했고, 1인 가구의 생활을 보여주는 TV 예능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끈다. 어디 이 뿐인가. 상당수 회사는 직급 대신 이름을 부르는 수평적 체계를 속속 도입하는 분위기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전히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나이를 묻거나 상하관계를 확인하고, 튀지 않게 주변에 적당히 맞춰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개인으로서의 삶은 이해받기 어렵고, 개인주의자는 별종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남들과 똑같이 살고 아등바등 경쟁하며, 의무와 위계에 순종해야만 인정받는 삶이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한국 사회에는 개인이 없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여전히 개인과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역사적으로 쌓여온 집단주의의 위세는 여전히 견고하고 엄격하다. '넌 너무 개인적이야'란 말이 비난처럼 들릴 때 집단주의는 개인을 한없이 숨 막히게 하는 엄격한 규범일 뿐이다.
계명대 총장을 지냈고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인 지은이는 서구사회의 발전 과정을 예로 들며 '개인화는 현대화의 필연적 결과'라고 말한다.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개인의 가치와 존엄은 더욱 존중돼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선 개인주의의 본질적 의미는 퇴색된 채 여전히 자기중심적 태도 혹은 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은이는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물건으로 대하는 태도는 부정적 이기주의지만, 개인적 욕구를 추구하면서도 타인을 나와 같은 욕망이 있는 인격체로 대하는 태도는 건강한 이기주의"라며 건강한 개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272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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