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칠 전 구미시 문화체육관광국장
검은 범띠해를 맞은 지 2개월여가 지났다. 이맘때쯤 연초에 작심했던 것들을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논어'에서 증자는 '오일삼성오신'이라 하여 자신이 날마다 세 번 나를 반성했으며, '대학'에 주나라의 탕왕은 목욕통에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을 써서 실천했다.
요즈음도 학생들에게 평생 일기를 쓰라고 권하고 싶다. 국립실업고교 2학년 때, 지금은 고인이 되신 담임 선생님은 ROTC로 예편하고 복직해서 학업과 청결, 인사와 원칙을 강조한 완고하고 엄격한 분이었다. 그분은 여름방학을 맞아 일손을 도와준 가칭 '가사 효행 일기'를 대학노트에 써오라는 숙제를 내셨다.
공교롭게도 60여 명 학생 중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마지못해 손을 들고 보니 혼자만 일기를 써왔고, 나를 제외한 반 친구들은 걸상을 들고 책상 위에 쪼그리고 한 시간 동안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혼자 책상 앞에 앉아서 친구들을 고자질한 것보다 더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듯한 비아냥을 듣는다는 것은 가히 천당과 지옥을 드나드는 듯하였으니, 그때를 기억한 사업가 동기와 소주잔을 얼큰하게 기울인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일기를 쓰는 일은 자신과의 인내를 시험하는 일이 아닐 수 없고 선진 문화시민의 첩경이다. 연초에 임인년 'My Goals'로 62가지를 정했는데, 그중 두 번째가 일기 쓰기이다.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주변에 큰형님으로 대하는 박일회(82) 씨는 40여 년째 일기를 써왔으며, '내가 보는 인생관' '참삶'을 위한 명언록 등 2권을 출간해 존경과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한 구미에는 조선시대 선산 도개면 출신으로 삭주부사를 역임한 무관(武官)인 노상추(盧尙樞·1746~1829)란 분이 쓴 무려 68년간의 일기가 전해오고 있어 재조명 사업이 한창이다. 17세부터 84세에 생을 마감하기 이틀 전까지 일기를 남겼으니 그 열정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의 아버지도 19세부터 47세까지 썼으며, 장남이 죽자 이를 차남인 노상추에게 넘겨주었다니 부전자전이란 말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현존하는 분량만 52책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사료 가치에 주목해 번역본 총 12권을 완간하고,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545호로 지정했다.
구미시는 문중과 대학, 구미성리학역사관을 중심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SNS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유튜브 등은 잠시도 조용하지 않고, 내용이나 기법도 가히 전문가 수준이다.
한때 지식관리시스템(KMS)에서 'GIGO, 즉 쓰레기 정보를 입력하면 쓰레기 정보가 나온다'는 우려스러운 글들이 횡행하고 있어, 크게는 국론 분열이나 정의와 공정이 안갯속인 것 같았다. 그리스의 디오게네스가 '대낮에도 등불을 켜고 다니면서 정직한 사람을 찾아다녔다'는 심정이 오롯이 다가옴은 왜일까.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국민의 심정 또한 다름 아니리라. 좀 더 냉정해지기 위해서라도 신년에 계획한 결심을 다시 살피며 일기를 쓰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각오와 반성의 자세로 선거를 잘 치르고 더불어 경제를 회복하고 코로나19를 이기자. 끝으로 항상 깨어 있는 자세로 김구 선생께서 주창한 국방과 부력에 충실하면서도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한없이 꽃피울 수 있는 반듯한 사람들로 넘쳐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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