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바닷가 한해성수산자원센터.
얼룩무늬에 날씬한 채구, 검고 큰 눈망울.
이름마저 정겨운 명태가 힘차게 유영합니다.
수년간의 복원 노력 끝에 인공 증식으로,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귀하신 몸입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이 땅엔 명태 천지였습니다.
개가 물어가도 쫓지 않던 국민생선이었습니다.
1971년 어린 명태, 노가리잡이가 허용되면서
운명이 갈렸습니다. 바닥까지 싹싹 긁는 트롤 조업에
그물 속 열에 아홉은 노가리였습니다.
한 마리가 무려 100만 개까지 알을 낳는다지만
알을 배기도 전에 잡아들여 씨를 말렸습니다.
1980년대 15만t을 정점으로 서서히 줄더니
2008년엔 어획량 '제로'. 올 것이 왔습니다.
그들의 고향,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졌습니다.
부끄럽고도 눈물겨운 복원 여정이었습니다.
대를 잇고자 어미 명태 좀 달라고 했더니
일본도 러시아도 씨받이는 못 준다 했습니다.
2009년 '활어 명태 한 마리에 현상금 50만원'.
제보가 잇따랐지만 대부분 숨이 멎었습니다.
명태 찾아 해맨 지 6년째인 2015년 1월
마침내 거진항에서 수컷 2마리 암컷 1마리,
눈동자가 생생한 '희망의 씨'를 찾았습니다.
수조 속 명태는 이들의 후손. 지금껏 복원해
치어 163만 마리를 동해로 돌려보냈습니다.
한 살 지나면 600m 심해까지 가서 심층수
미네랄로 자라 약성도 좋다고, 알이 있든(난태)
없든(꺽태) 그물(망태)에 낚시(조태)에 잡혀와
코다리· 흑태· 바닥태· 영태·건태·황태·북어로,
또 창난·명란젖까지 아낌없이 내 주던 명태….
이들이 다시 동해에 터를 잡을 수 있을까요.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50년간 한국 연근해
표층 수온이 약 1.05℃ 올랐다고 했습니다.
해수온 1도 상승은 육지에서 5도 이상의 변화.
부활을 꿈꾸는 명태도 기후위기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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