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다 짤' 문해력 떨어지는 젊은 세대…디지털이 만든 新문명

입력 2021-12-30 17:13:06 수정 2021-12-30 20:44:56

SNS나 영상 위주 정보 습득…긴 문장 읽거나 분석 어려움
한국 학생 정보 문해력 OECD 바닥권…국어 성적도 해마다 하락
교육과정평가원 "스마트폰·SNS로 단문에 익숙한 환경이 원인"

스마트폰 삼매경. 연합뉴스
스마트폰 삼매경. 연합뉴스

OECD 주요국의 디지털 정보 파악능력.
OECD 주요국의 디지털 정보 파악능력. '피사(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 발췌.

대학 3학년인 김모(25) 씨는 유독 긴 글을 읽는 걸 두려워한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보다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책 대신 읽는 글들 대부분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짧은 글이다. 또는 '짤'이라 불리는 사진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캡쳐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김씨는 "수능 끝나고 나서 긴 글을 읽을 일이 없어졌다.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글 읽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지난해 5월 '21세기 독자: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8년 OECD 회원국 위주로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읽기 영역에 있어 OECD 평균인 487점보다 높은 514점으로 37개국 중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6년 조사에서는 556점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였으나 2009년 539점, 2012년 536점, 2015년 517점, 2018년 514점으로 점점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읽는 행위 자체에서는 점수가 객관적으로 높긴 했지만 이를 분석해서 보는 행위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PISA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25.6%만이 사실과 의견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인 47%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지난해 10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0년 고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 중 국어 성취도 평가 그래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국내 연구를 살펴보면 읽기 능력의 저하는 국어 과목과 관련한 학업성취도의 저하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0년 고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 : 고등학교 국어/수학/영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어 영역에서 우수학력을 받은 학생들의 비율이 23.3%로 나타나 201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0년 이후 스마트폰과 SNS 활동으로 단문에 익숙해지고 쓰기 능력도 제한된 범주에서 의사소통에 그치는 관계로 국어 학력의 전반적인 하락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