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밀접 대신 거리두기, 말보다 백신

입력 2021-12-06 19:04:58 수정 2021-12-06 20:00:19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지난달 6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느닷없이 구설에 휘말렸다.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가진 대학 동기들과의 오찬 모임이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초과하면서 탈이 난 것이다. 한 참석자가 예정에 없이 부인을 동반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도 방역 규정을 어기고 말았다.

이런 사실이 관할 종로구청에 신고가 되고 언론 보도까지 나가자 김 총리는 "사정이 어떻든 방역 수칙을 어긴 데 대해 국민에게 깊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인정상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책임진 국무총리가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방역 수칙을 어긴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목포 만찬'도 마찬가지다. 목포 지역사회 인사들과 가진 식사 모임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방역 수칙 위반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게다가 식사 비용을 둘러싼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리고 경계할 대목이다. 또 홍남기 경제부총리 아들의 서울대병원 특혜 입원도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홍 부총리의 잠재의식에 깔린 특권의식과 공직자의 처신이 자식에 대한 애틋한 부정마저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사례들은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이후 벌어진 불상사라는 점에서 분모가 같다. 2년 가까이 코로나19 환란을 겪은 후 조심스레 전환 국면에 들어서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빚어진 일들이다. 이 같은 방심은 방역 규정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배경이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빚어진 결과는 만만치 않다. 연일 5천 명 선을 오르내리는 신규 확진자에다 치솟는 위중증자와 사망자 수가 다시 긴장감을 부른다. 두 차례 백신 접종마저 뚫어내는 돌파감염의 혼란도 일상 회복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액면대로 입증한 것이다.

게다가 오미크론 변이까지 변수로 급부상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후 귀국한 인천의 한 목사 부부는 상식 밖에도 접촉자 정보를 속이면서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에 혼선을 불렀고 수천 명의 시민을 진단검사 대열로 소환했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 속도나 감염의 심각성,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정보가 많지 않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발표대로 오미크론 감염자가 다른 변이 감염자와 비교해 증상이 경미하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결론은 단 한 가지다. 3차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이고 밀접 접촉을 줄이는 등 개인 방역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6일 기준 3차 백신은 인구 대비 7.7%, 약 396만 명이 접종했다. 지금 추세라면 접종 완료율 80% 수준인 4천만 명에 이르려면 7개월가량 더 걸린다는 계산이다.

대다수 국민은 그동안 정부의 방역 대책에 협조하면서 인내하고 배려하며 최선을 다해 왔다. 결국 기댈 대목은 성숙한 국민 의식과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라는 말이다. 입으로 위기를 때우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과 집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이성적인 판단이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는 무기다. '현명한 사람은 상황을 바꿔 나간다. 그러나 저열한 사람은 말을 바꾼다'는 격언이 눈에 들어오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