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혜수 경북대 교수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끝내 무산됐다. 오로지 지방 생존을 위한 일념으로 달려온 대구경북의 도전은 수포가 됐고, 혹시나 하는 시도민의 실낱 같은 희망도 산산이 부서졌다. 이재명 정부에서 시도 통합의 문을 열었기에 실망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다. 더구나, 광주·전남의 통합을 허용하면서 TK통합을 막아선 것은 공정성 상실을 넘어 정부의 5극 3특 구상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TK통합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치권은 겉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표 계산에 열을 올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야는 TK통합에 따른 자치단체장의 자리 감소가 지방선거에 미칠 유불리를 따졌고, 개별 정치인은 시도지사 당선 가능성 계산에 골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TK통합의 전제조건으로 필리버스터 중단, 국민의힘의 당론 채택, 대전·충남과의 동시 통합을 순차적으로 덧붙였으나 끝내 무산의 길을 택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조기 중단하고 TK통합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은밀히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정치권의 행태는 오랫동안 공들여온 대구경북의 통합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로서 다수 주민의 뜻과는 배치된다. 대구경북은 2019년 12월 행정 통합 추진을 선언한 후 7년 동안 세밀한 검토와 공론화를 진행했다.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임에도 온라인 숙의 공론화를 세 차례 진행해 쟁점을 조율했다. 이것이 마중물이 돼 지난 1월 국무총리실의 시도 통합 방침을 끌어낼 수 있었다. 총리실에서 제시한 특별시 지위와 파격적 재정 지원 등은 TK가 요구한 내용과 일치한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자리 보전이나 당선 가능성보다 지역의 미래를 더 많이 걱정했기에 줄곧 행정 통합을 외쳤고, 결국 중앙정부의 화답을 얻어낸 것이다.
정치권이 표 계산에 집착하는 사이에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소멸의 파도는 발밑까지 차올랐다. TK는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어드는 소멸 위험의 중심에 서 있다.
일부는 TK통합에 대해 '졸속'과 '빈껍데기'라고 비판한다.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졸속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권한 특례의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 주민투표로 돌파구를 찾으면 된다. 차기 총선 때 주민투표에 부치면 참여율도 높이고 500억 원에 달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 국회의원들이 장막 뒤에서 시도 통합을 반대하는 대리인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2028년을 통합 시점으로 잡은 부산·경남과 연대하면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
권한 특례 강화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중앙부처의 반대 때문에 특별법에서 제외된 권한 특례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립과 소멸 해소라는 TK통합의 근본 목적 달성에 필요한 근거를 튼튼히 해야 한다. 국세 이양을 비롯한 재정 특례 강화는 지역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지방정부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를 통해 빈껍데기 논란을 차단하고, 동시에 실질적 지역자립을 꾀해야 한다.
마지막 과제는 불확실성의 제거이다. 새롭게 당선된 시도지사가 재선을 이유로 통합에 반대하면 중앙이 아닌 지방에 의해 TK통합 시계가 멈출 수 있다. 그래서 시도 통합에 진정성을 가진 후보자 선출이 중요하다. TK통합의 재추진 여부는 시도민의 손에 달려 있다. 아무도 TK통합의 시계태엽을 감아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