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확진자 5천 명, 1만 명 상황 ‘대비책’ 제시하라

입력 2021-11-23 20:00:00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국민과의 대화'에서 재임 중 가장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 "K-방역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위상이 아주 높아졌다"며 "한국은 경제, 민주주의, 국방, 문화, 보건·의료·방역, 외교 등 모든 면에서 '톱10'의 나라가 됐다"고 자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대유행 2년째를 겪으면서 이 같은 말에 동의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국민의 인내심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눈물, 수많은 의료진의 희생 속에서 이뤄진 K-방역 성과를 정부 몫으로 가로채지 않았던가. 부동산 정책은 셀 수 없도록 헛발질했으며 가렴주구식 세금 폭탄으로 무려 수십조 원을 더 거둔 것도 국격(國格)에 합당한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백신접종 완료율이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었으며, 백신 물량을 못 구해 미국으로 읍소(泣訴)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잊었단 말인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돌파 감염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이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접종을 단축해서 빠르게 실시하고 있다"며 "3차 접종까지 이뤄지고 나면 돌파 감염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낭만적인 기대와 달리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 수가 연일 3천 명을 넘어가는 가운데 중앙방역대책본부가 22일 발표한 11월 3주 차(14~20일) 주간 위험도 평가 결과는 전국 '높음' 수준을 기록했다. 수도권은 '매우 높음' 평가를 받았다. 5단계 중 최고 수준으로 현재 국내 코로나 상황이 매우 엄중한 상태임을 뜻한다.

방역 당국도 수도권 병원 중환자실 병상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77%로 과포화 상태이고, 60세 이상 확진자 비율은 35.7%로 계속 늘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2~3월 대구처럼 병상 부족으로 환자가 집에서 기다리다가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불행한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치료제 효과가 뚜렷이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상 회복과 코로나 확산 억제는 양립하지 않는다. 위드 코로나 정책을 먼저 시행한 유럽 각국들도 코로나 재확산 속도가 빨라지자 방역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일상 회복 시작 3주 만에 방역이 다시 위기를 맞자 정부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앞으로 2, 3단계 일상 회복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마당에 'U턴'을 하자니 곤혹스러울 것이다.

의료계에선 감염재생산지수 등 방역 선행 지표를 볼 때 확진자 5천 명 돌파가 이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강화하는 '비상계획'을 검토 중이라고만 한다. 방역 당국은 지난주까지도 "의료 체계 대응에 여유가 있다"며 "버틸 수 있는 한 일상 활동을 보장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들은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원한다. 비상계획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에서 발동하는지 명확히 밝힌 바 없다. 정부의 잘못된 시그널로 느슨해진 국민들의 방역 자세를 탓할 순 없다. 솔직하게 현 상황을 알리고, 불가피하다면 일상 회복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면서 위중증 환자, 확진자 규모별 대응 매뉴얼 제시가 이어져야 한다. 지금도 중환자 병상이 간당간당한데, 자칫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한다면 속수무책이다. 국민을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모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