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민 독서 위해 조성된 달서구 숲속도서관, 무관심 속에 방치

입력 2021-11-02 17:10:50

“낡은 책들 많아 손 안 간다”…공원 미관 해친다는 지적도
달서구청 “개선 방안과 운영 폐지 둘 다 검토할 것”

지난달 31일 찾은 대구 달서구 용산근린공원 숲속도서관. 내부 곳곳엔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었다. 임재환 기자
지난달 31일 찾은 대구 달서구 용산근린공원 숲속도서관. 내부 곳곳엔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었다. 임재환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5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도원동 월광수변공원의 숲속도서관. 책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로 꽂혀 있었다. 아이들이 이곳을 찾는 듯했으나 책을 보기 위해서가 아닌 숨바꼭질 등 놀이수단으로 이용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용산동 용산근린공원의 숲속도서관. 내부 곳곳엔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었고, 낡고 오래된 책들이 가득했다. 이곳을 1시간 가까이 지켜봤으나 공원에 산책하러 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책을 보러 오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대구 달서구 숲속도서관이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오래된 기증도서들로 구성돼 주민들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인 데다, 관리도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탓이다.

달서구는 지난 2013년~2015년 약 800만원(구비)을 들여 공원 4곳(용산근린공원·월광수변공원·호산근린공원·학산공원)에 숲속도서관을 조성해 운영 중이다. 관리는 각 공원으로부터 거리가 가까운 구립도서관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숲속도서관은 주민들로부터 잊혀지고 있다. 대부분 기증도서인 헌책으로 비치돼 있고, 유아용 책이 많아 이곳을 잘 찾지 않는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전언이다.

용산근린공원에서 만난 주민 A(40) 씨는 "낡고 오래된 책들이 많아 손이 안 간다. 유아용 그림책이 많아서 어른들은 읽을 게 없다"라면서 "정작 아이들도 공원에 나오면 뛰어놀기 바쁘다. 또 요즘엔 집에 알록달록하고 깔끔한 책들이 많아 굳이 아이들이 이곳에 책을 보러올 것 같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매일 호산근린공원을 산책한다는 주민 B(60) 씨도 "공원에 산책하러 오는 사람들은 많지만, 숲속도서관에서 책을 꺼내 읽는 사람들을 본 건 손에 꼽을 정도다"라며 "구청 차원에서 새롭게 정돈한다거나 신간도서를 비치하는 등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을 유인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찾은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숲속도서관. 정돈되지 않은 도서들이 가득했다. 임재환 기자
지난달 31일 찾은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숲속도서관. 정돈되지 않은 도서들이 가득했다. 임재환 기자

숲속도서관의 정리정돈이 부실한 탓에 공원의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원과 가까운 구립도서관 차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주변 환경을 정리한다지만, 이날 찾은 도서관들은 먼지가 가득했다. 용산동 한 주민은 "바람이 불면 쓰레기와 낙엽이 수시로 들어와 금세 지저분해진다. 일주일에 한 번 정리한다고 청소가 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숲속도서관 운영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6일 달서구의회 5분 발언에서 김화덕 무소속 달서구의원(이곡1·이곡2·신당)은 "숲속도서관에는 폐기 수준의 책들이 가득하다. 코로나19로 위생이 중요하지만 관리도 되고 있지 않다"라면서 "이미 주민들의 독서환경 조성을 위한 본래의 취지와는 멀어졌다. 구청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하든지, 아니라면 운영 폐지를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숲속도서관 개관 초기에는 구청 차원에서 신간도서를 구입해 비치했다. 하지만 분실 문제로 기증도서로만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래된 책들로 구성됐다"라면서 "주 1회씩 현장점검도 나가고 있지만 매일 관리가 어려워 미흡한 부분이 있다. 관리 주체인 구립도서관들과 협의해 대안이 있는지, 운영 중단을 하는 게 좋을지 논의해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