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라이온즈 '왕조 부활', 투타 동력원 잘 맞아떨어져

입력 2021-10-31 17:03:19

선봉 역할 선발진 맹활약, 보강된 타선 힘보태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 과거의 영광 넘어서

삼성라이온즈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KBO리그 왕조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통합 4연패에 빛나는 삼성이 오랜 암흑기를 걷어내고 정규리그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중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비웃으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기까지 선발진, 불펜, 타자들이 똘똘 뭉쳤다.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종료 후 이날 선발 뷰캐넌이 팬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봉 역할 선발, 외인·토종 맹활약

삼성이 명가의 타이틀을 다시 되찾는 데 그 누구보다도 선발진의 힘이 컸다. 정규리그 매 경기부터 '타이브레이커'까지 선봉장의 역할을 맡은 선발진의 역투는 빛났다.

리그 다승 선두 데이비드 뷰캐넌(16승)과 '토종 원투펀치' 원태인·백정현(이상 14승)이 버틴 마운드는 강했다.

지난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은 외인 투수 뷰캐넌은 KBO리그 탑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뷰캐넌은 팀의 제1선발로서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올 시즌 30경기 출장 16승 5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리그 공동 다승왕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15승(7패)을 거두며 써낸 팀 내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기록을 넘어선 데 이어 구단 외인 투수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15승 이상을 거뒀다.

2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 말 삼성 백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백정현은 27경기 출장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특유의 무표정으로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졌고,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이를 끊어내는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 kt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 kt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최채흥의 10승 달성을 보며 자극을 받아 의지를 불태웠던 원태인은 데뷔 3년 차에 능력을 꽃피웠다. 리그 최고 수준의 체인지업을 무기로 14승 7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한 원태인은 매 경기 힘찬 포효를 내지르며 사자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이들 선발진과 최고의 배터리 호흡을 맞춘 삼성의 '안방마님' 강민호의 역할도 잊어선 안 된다.

◆성공적 타선 보강, 오재일·피렐라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 초 2사 1루 상황 2점 홈런을 친 삼성 3번 오재일이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5년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원인 중에는 거포의 부재도 존재했다. 하지만 올 시즌 FA 최대어 1루수 오재일과 외야수 호세 피렐라가 타선에 가세하면서 거포 갈증이 해소됐다.

오재일은 올 시즌 타율 0.285(418타수 119안타) 25홈런 97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장타율 0.512, OPS(출루율+장타율) 0.878의 성적을 거두며 삼성 중심 타자의 역할을 해냈다. 특히 정규리그 1위로 가는 가장 큰 고비였던 30일 창원 NC다이노스전에서 역전 결승 투런포를 때려내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 초 2사 1루 상황 2점 홈런을 친 삼성 4번 피렐라가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다린 러프 이후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삼성이 올해 야심 차게 영입한 피렐라는 타율 0.286(553타수 158안타) 29홈런 97타점으로 삼성의 '복덩이'가 됐다. 특히 몸을 아끼지 않는 전력 질주의 모습은 전매특허로 자리 잡았다. 시즌 개막 전 피렐라는 "우승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했다. 그리고 피렐라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 중심으로 떠오른 과거 왕조 멤버들

3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 삼성 구자욱이 3루타를 쳐내고 포효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제공
3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 삼성 구자욱이 3루타를 쳐내고 포효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제공

이렇게 승리가 목 말랐던 적이 없었다. 과거 통합 4연패 당시 삼성은 승리가 당연시됐다. 왕조의 끝 무렵을 맛봤던 박해민, 구자욱, 김상수는 암흑기를 지나 새로운 명가의 주전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구자욱은 올 시즌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였던 NC전에서 팀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 3루타를 쳐내고 강한 포효로 인상을 남겼다. 올해 타율 0.306(543타수 166안타) 22홈런 88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도루도 27개를 성공했던 구자욱은 올 시즌 KBO리그 타자 가운데 가장 먼저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팀의 주장 박해민과 함께 활약을 이어갔던 김상수도 명가 부활에 앞장서며 공·수·주 모두에서 활약했다.

박해민은 손가락 인대 부상에도 불구, 팀의 가을 야구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3할에 가까운 타율과 36도루 등 리드오프로 제 역할을 다했고 중견수 수비는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다.

유격수에서 2루수로 자리를 옮기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김상수 역시 이학주, 김지찬 등 유격수들과 키스톤 콤비로서 중심 역할을 해내며 내야 수비를 책임졌다.

삼성라이온즈
삼성라이온즈 '끝판대장' 오승환. 삼성라이온즈 제공

◆'끝판대장' 오승환의 존재감

오승환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과거 삼성 왕조 시절 든든히 뒷문을 지켰던 '끝판대장' 오승환은 다시 삼성의 문지기로 맹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44세이브를 거두며 9년 만에 구원왕 타이틀을 되찾은 오승환은 KBO리그 최초 개인 통산 300세이브, 역대 최고령(39세) 한 시즌 40세이브 등 고지를 차례로 밟으며 새로운 전성기를 지내고 있다.

오승환은 마운드에 올랐을 때 그 누구도 팀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던 과거 전성기를 재현했다. 이젠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도 오승환의 '돌직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