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태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법률자문위원장(변호사)
지난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에서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한 날이었다.
아직 일본에서는 과거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은 탓에 오히려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공격하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중근 의사의 평화사상에 대해 공감을 하는 일본인들이 늘어가고 있으니 '사필귀정'을 실감하게 된다.
일제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 처단처럼 대구에서도 거물 친일파를 처단한 일이 있지만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1917년 11월 10일 장승원 처단 의거이다. 사실 대구는 항일 투쟁의 대표 비밀단체로 평가받는 (대한)광복회의 결성지로 일제에 대한 무력투쟁의 본거지였다.
대한광복회는 일제에 대해 저항을 한 것은 물론, 일제 침략 세력에 부역한 반민족 일당들에 대해서도 엄정한 심판에 나섰다. 심판의 대표 인사는 당시 경북 지역뿐만 아니라 한강 이남에서 제1의 대표 부호였던 장승원이었고 대한광복회의 처단 제1호 공적이었다.
앞서 장승원은 구한말 허위 선생의 추천으로 경상도관찰사가 되었고, 이때 장승원은 훗날 대한광복회 총사령이었던 박상진의 스승인 허위 선생이 의병을 일으키면 20만 냥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장승원은 허위 선생이 창의하면서 자금 지원을 요청하자 거절하였고, 1913년에는 허위 선생의 형(허혁)이 군자금을 요청하자 이를 일제에 밀고까지 했다. 이런 반민족 행위자를 처단한 날이 바로 1917년 11월 10일이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여러 가지 가치 혼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치 혼돈은 반민족 행위자를 제대로 처단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장승원의 아들인 장택상은 부친의 이런 행위를 반성하지도 않고 뒷날 광복된 정부에서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다.
물론 부친의 죄에 대해 연좌제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정신에 맞지 않지만, 부친의 재산과 기득권을 상속받았으면서 부친의 죄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는 것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우리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 적어도 민족 반역 행위에 대해서는 스스로 사죄하고,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사업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현재 대한광복회가 결성된 달성공원 앞에 대한제국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동상이 서 있다. 부끄러운 역사도 기억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대구 독립운동 성지인 달성공원 앞에 거대하게 서 있는 것은 아무래도 위화감이 생긴다. 차라리 공원 안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는 독립운동가의 동상이 서야 함이 마땅하다. 가능하면 장승원 후손들의 정성으로 세워지면 더욱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이토 암살 의거일인 10월 26일부터 장승원 처단일인 11월 10일까지를 민족 반성의 주간으로 여기면서 다시는 외세의 침략이 있더라도 부역하는 세력은 나오지 않도록 대구가 선구적인 모범을 보이면 어떨까 싶다. 일제 식민지배에 저항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활동한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던 대구는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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