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연구자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평소 모습과 그의 생활환경을 보여주는 드문 그림이다. 아기자기한 채색화여서 더욱 보는 재미가 있다. 묘사가 구체적인 것은 당시 실존 인물과 그의 공간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일 것 같다. 지붕은 초가를 이었는데 기둥은 목리가 선명하게 드러난 사각으로 켠 목재이다. 고급(高級) 기둥으로 보면 기와 대신 일부러 짚을 올린 운치있는 초당(草堂)인 것 같다.
문 밖에는 천연 방향제인 향나무 한 그루가 있고 벽은 종이를 발라 하얗다. 벽과 인물, 화분 등 흰색 안료가 들어간 부분에 변색이 일부 일어나 검은 얼룩이 생긴 것은 좀 아쉽지만 감안하고 보면 큰 문제는 아니다. 자세히 보면 마당의 백자 화분에 청화로 그려 넣은 문양도 다 보인다.
오른쪽 벽의 문은 두 짝의 여닫이 당길문으로 가로 살이 상중하 세 곳에 있는 소박한 띠살문이다. 창호지를 바른 문 중앙에 동그란 무쇠 문고리가 달렸고, 쪽물들인 종이를 국화꽃 모양으로 오려붙인 것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은 화가의 관찰력과 묘사력 덕분이다. 문고리를 둘러싼 이 종이 국화꽃은 장식도 하고 내구성도 높이고 손때 자국도 가리는 다목적이다. 넓적하고 두툼한 송판 두 장으로 툇마루를 깐 것도 이 집이 격조있는 건축물임을 알려준다. 마루 아래에는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화사한 신발이 있다.
방 안에는 하늘색 무늬 비단을 바른 책장이 놓여있고, 책장 문 안쪽에는 맞춤하게 주문 제작한 그림을 붙여 놓았다. 길쭉한 이층 책장의 문 크기에 어울리는 폭포와 키 큰 노송을 그린 산수화이다. 책장 안에는 포갑된 화본(華本)이 4질, 한적(韓籍)이 한 질, 두루마리가 2개이고 노란 병 하나와 촛대도 보인다. 방바닥은 구들을 놓은 온돌이 아니고 갈대나 부들 같은 식물 줄기를 엮어 짠 삿자리이다.
주인공은 중치막에 사방관을 쓴 편안한 차림으로 어주도(魚舟圖)가 그려진 합죽선을 펼쳐든 채 한 손으로 마루를 짚은 편안한 자세로 화분의 작약을 바라보고 있어 계절은 여름이다. 그림 속 그림이 책장문과 부채 두 군데나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쪽으로 취미가 많은 분임을 알 수 있다.
지붕의 짚을 나타낸 반복적인 선과 삿자리의 꼼꼼한 붓질, 향나무의 점법과 송판의 무늬, 책장과 화분의 문양 등 정성들인 그림이다. 조촐하게 멋부린 이 운치있는 초당의 주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겸재 정선에게 그림을 주문했던 애호가 중 한 분 일 것 같다. 정선이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는 설도 있다. 33점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2권의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 중 상권 첫째 폭이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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