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가격 폭락, 재배농가 한숨 가득

입력 2021-09-24 16:18:40

산지가격 생산원가의 60% 수준…폐농 위기감 확산
코로나19로 중국 수출 중단되고 국내 소비량도 줄어

인삼 재배농 김주연 씨가 7년간 자식처럼 돌봐온 인삼 밭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마경대 기자
인삼 재배농 김주연 씨가 7년간 자식처럼 돌봐온 인삼 밭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마경대 기자

"다 집어치워야 겠습니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인삼재배 농가들이 폐농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산지 인삼 가격이 생산 원가의 60%선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인삼 재배농 김유섭 씨는 "코로나19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지난해와 올해 비가 많이 와 수확량도 줄어들었는데 가격마저 폭락해 정말 죽을 맛"이라며 "신규로 뛰어든 후발 재배농들은 7년 키운 인삼을 한번 캐보지도 못한 채 부도 직전"이라고 24일 토로했다.

또 다른 임삼 재배농 김주연 씨는 "15년째 인삼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처럼 인삼값이 폭락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허탈해 했다.

인삼 재배농 김주연 씨가 7년간 자식처럼 돌봐 온 인삼밭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마경대 기자
인삼 재배농 김주연 씨가 7년간 자식처럼 돌봐 온 인삼밭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마경대 기자

24일 풍기인삼농협에 따르면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원료삼(파삼)은 1채당(750g) 8천~9천원선으로 코로나19 이전 1만4천~1만6천원보다 6천~7천원 가까이 떨어졌다. 수삼(고급)은 1채당 1만3천~1만7천원으로 2019년 이전 2만원~2만5천원보다 7천~8천원이 하락했다. 산지 인삼값이 생산 원가의 6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반면 소비자 가격은 수삼 1채(750g)당 대편(7~8편) 4만5천원, 중편(9~10편) 4만원, 소편(12편이내) 3만5천원선으로 2019년 이전보다 15% 가량 하락했다. 그나마 정품인 수삼은 명절이나 축제 등의 영향으로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인삼값 하락은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점 폐쇄 등 유통 환경이 악화되면서 인삼소비량이 가장 많은 중국 등으로의 수출이 중단되고 내수 경기 악화로 인삼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풍기인삼농협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11년간 매년 중국에 45억~60억원 가량 수출하던 것이 지난해 5억원, 올해는 이달말 기준으로 29억원으로, 수출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과 추석 등 명절에도 내수 판매가 34억원에 불과, 코로나19 이전 50여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영주 풍기읍 등 경북북부지역에는 850농가에서 396만㎡의 인삼을 재배하고 있으며 25%는 정관장, 7%는 풍기인삼농협에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계약재배 농가는 생산원가를 보존 받을 수는 있지만 시중 판매에 의존하는 일반 농가들은 대부분 폐농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권헌준 풍기인삼농협 조합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유통구조가 무너지면서 인삼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는 인삼값이 생산원가의 85%, 올해는 60% 선에도 못미치고 있다. 재배농들은 의욕을 상실한 상태"라면서 "인삼산업법을 근거로 농협중앙회와 국회 등 정부 관계기관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