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 제물로 바친 '키 135cm' 여성 인골 추가 발견

입력 2021-09-07 14:18:22 수정 2021-09-07 20:56:10

목걸이·팔찌 착용…4세기 중엽 동물 뼈 함께 출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굴조사…성벽 축조 시기 밝혀져 큰 성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월성 서성벽 문지(門址·문터) 주변 발굴조사를 통해 4세기 중엽에 인신공희로 희생된 성인 여성 인골 등을 출토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경주 월성에서 나온 성인 여성 인골.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월성 서성벽 문지(門址·문터) 주변 발굴조사를 통해 4세기 중엽에 인신공희로 희생된 성인 여성 인골 등을 출토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경주 월성에서 나온 성인 여성 인골.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경북 경주 월성 전경. 흰색 원형 부분이 인골이 나온 서성벽 조사 구간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경북 경주 월성 전경. 흰색 원형 부분이 인골이 나온 서성벽 조사 구간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신라 왕성인 경북 경주 월성(사적 제16호)에서 제물 삼아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 1구가 추가로 확인됐다. 2017년 국내 첫 인신공희(人身供犧, 사람을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낸 의식) 흔적으로 화제가 됐던 50대 남녀 인골 2구가 발견된 이후 두 번째 사례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성 서성벽 문지(門址·문터) 주변 발굴조사를 통해 4세기 중엽 성인 여성 인골 1구와 동물 뼈, 토기 등을 출토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인골은 앞서 인골이 나온 지점으로부터 50㎝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이전과 달리 곡옥 모양의 유리구슬을 엮은 목걸이와 팔찌를 착용했다. 키는 135㎝ 가량으로 왜소한 체격에 20대 전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골 주변에서 함께 수습한 동물 뼈는 말, 소 등 대형 포유류의 늑골 부위를 선별해 제물로 바친 것으로 추정되며, 수습한 인골이 인신공희의 사례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월성 서성벽의 인신공희는 국내 유일의 성벽 의례로, 현재까지 신라가 최초로 축조한 왕성 월성에서만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월성 서성벽 구간에 대한 정밀 조사를 통해 월성 기초부 공사를 끝내고 성벽을 거대하게 쌓아 올리기 전 성벽과 문지가 견고하게 축조되길 바라는 인신공희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월성의 축성 시기를 규명했다는 점도 이번 조사의 주요 성과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기록에는 월성이 파사왕 22년(101년)에 축조된 것으로 등장하지만, 이런 축성 기록은 실제 축조 연대보다 많이 앞당겨진 것으로 여겨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연구소는 이번 서성벽 발굴조사를 통해 월성이 문헌 기록과 약 250년 차이 나는 4세기 중엽부터 쌓기 시작해 5세기 초에 이르러 완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월성 서성벽 축조 연대는 출토된 유물의 전수 조사와 40여 점에 가까운 가속질량분석기(AMS, Accelerator Mass Spectrometer) 연대 분석에 기반해 이뤄졌고, 양자 간 정합성을 최대한 맞춰 자료의 객관성을 높였다.

추가로 발견된 여성 인골 출토 모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추가로 발견된 여성 인골 출토 모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