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미술작품을 바라보면 좋을까' 미술 감상법 소개

입력 2019-01-03 11:20:53 수정 2019-01-03 15:37:39

미술의 목적이 다른 것과의 차이로부터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의외로 미술감상은 쉬워질 수도 있다. 봉산문화회관 제공
미술의 목적이 다른 것과의 차이로부터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의외로 미술감상은 쉬워질 수도 있다. 봉산문화회관 제공
정종구 씨.
정종구 씨.

"예술은 사물들을 달리 생각하도록 하는 가능성이며 현상들이 근본적으로 불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예술은 교육적, 치유적, 위안을 주는 계몽적인 탐험이다" 독일 예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말이다.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바람이 있고 희망에 차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삶의 위로가 필요하고 상처를 치유할 무언가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예술작품을 통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 첫 걸음으로 미술전시장을 찾아 '어떻게 미술작품을 바라보면 좋을까'하는 미술 감상법을 알아본다.

'요즘 미술은 너무 어려워!' 그렇다, 미술관에는 도무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동시대미술의 지향이 차이로부터 구하는 아름다운 '새로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의외로 미술 감상이 쉬워진다. 대상을 닮게 그리는 재현 미술이 사진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 나서부터는, 미술은 '새로움'을 추구하게 되었다. '새로움'이라는 틀은 작품의 형식과 내용, 미술에 관한 작가의 태도와 개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존재하게 되는데, 이 작품을 바라볼 틀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도 미술 감상의 좋은 방법이다. 감정, 정신, 무의식, 소리, 정체성 등 무형의 대상을 느껴본다든지 작품을 구성하는 점, 선, 면, 색, 기호, 물질 등에 주목하는 것과 또 봉산문화회관의 미술 감상 워크숍, '예술가처럼 생각하기'도 이러한 틀 중의 하나이다. 한편, 어떤 미술작품이 어떠한 틀에서 읽혀질 수 있는가는 아마도 문화적 산물과 관계할 것이다. 기존의 가치기준에서 볼 때는 무의미했지만 새로운 특정 문화의 틀에서는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서양 미술사를 공부하는 것도 서양문화의 틀을 익히려는 것인데, 그러고 보면 우리가 지녀왔던 고유의 틀에 대해서는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하다.

작가의 작업노트와 평론가의 해설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결국, 미술 감상은 작품과 나 사이의 만남이고, 내가 '감각'하여 '지각'하고 '인식'하는 나의 놀이이다. '미술 감상과 미술비평 교육'의 저자 박휘락의 말처럼 미술 감상의 틀은 '아는 만큼 보인다.'가 아니라 '보는 만큼 알 수 있다.'를 바탕으로 설계하는 것이 마땅하다. 시각예술은 보고 느낀 것을 지각하여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지식을 얻거나 깨닫는 것이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서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러운 대상을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술작품이 출생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조형적 특징,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한다고 해서 미술 감상이 온전히 수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미술작품과의 첫 대면에서 감성적 떨림이나 감동을 놓칠 염려가 있고, 감상자의 주체적인 인식이 아니라 외부에 의해 주입된 이해가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술 감상은 '본다'는 주체적 사건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작품의 구석구석까지 관찰하고 탐구하는 행위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예리하고 독창적인 감상자의 시각 능력을 기르는 성장의 즐거움은 가치 있는 의미의 생성이라는 측면에서 비평의 행위와 닮아있다. 이것은 해석이기에 앞서 '탐구'이고, 세계를 향해 열려진 감상자의 '대화'이며, 새로운 문화 생성의 체험임을 깨닫는 정신적 활동이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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