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선생님이란 존재를 삶의 대부분에서 잊고 지낸다. 미디어를 통해 교권추락을 접하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는 비단 외부환경의 탓만은 아닐 것이라 여겨진다. 지나온 선생님들 중에는 수줍은 성격을 탓했던 사람도 있었고, 마음의 그늘에 호기심을 보인 이도 있었으며, 수능만이 존재의 이유인 것 같은 사람도 있었다. 다행인 것은 내 글재주를 알아본 선생님 덕에 이렇게 살고 있다는 점이다.

학창시절 선생님은 모든 것을 알아야 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모든 상처를 포용하고 위로하는 '굿 윌 헌팅'의 로빈 윌리엄스 같은 선생님은 영화나 드라마에나 있었다. 나 또한 사회와 같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시간이 지나서 내 친구들이 선생님이 됐다. 어쩌면 '선생'(先生)이란 말 그대로 먼저 태어났을 뿐.
그 시절의 나는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썩 부합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서툰 이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대했다. 하지만 어엿하게 자라지 않았는가. 그들이 보는 건 아주 단편적인 시간이니까.
교사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도 든다. 항상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배웠지만, 당신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줬어야 했다. 그렇게 믿었기에 지금 더 아프니까. '정의에는 힘이 없어 정의력이라는 말이 없지만, 권력과 금력에는 그 자체에 힘이 있어 권력과 금력이라 쓴다'는 홍세화 선생의 말을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래도 일부 교사들은 부조리를 방관하거나 일조하는 쪽이기에 전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선생들은 타인을 사랑하기 전에 자신부터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접인춘풍 임기추상'(接人春風 臨己秋霜)이 좋은 것만이 아니다. '타인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나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냉엄하게'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측면이 있다. 내 안에 자리잡은 아픔이 나를 더 아프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정욕구 만큼이나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몰랐듯이. 이 유난스러운 우울과 좌절이 누군가의 동의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려줬어야 했다. '죽는 것만 생각해 버리고 마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에 너무 성실하기 때문'이라는 나카시마 미카의 가사처럼 자신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질 줄도 알아야 하니까.
성적이 전부인 줄 알았던 세상은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무너졌다.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와 선택이 버거울 때가 있다. 교사란 성장기에 합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니까, 비단 지식에만 그 역할이 있지 않으리라. 이 세상을 버티는 법, 중간에서도 행복해지는 법,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할 때 그것을 감당하는 법을 배웠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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