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감자탕

입력 2016-10-24 04:55:05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국 관광특구 내 한식당에서 잘못된 외래어 표기가 다수 발견되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의원의 주장은 옳은 말들이지만 감자탕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것이었다. 의원은 "뼈다귀감자탕을 'Potato Soup Bone'이라고 번역해 놨는데, 감자탕의 '감자'는 강원도에서 많이 나는 감자(Potato)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돼지뼈 중 '감자뼈'(Pork back-bone)로 불리는 부위를 뜻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명확하지 않은 민간어원이다.

감자탕의 '감자'가 돼지뼈를 이르는 말이었다는 것은 기록상의 근거가 빈약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로부터 출발해 삼국시대부터 전라도 지방에서 감자탕을 해 먹었다, 척수의 노란 부분을 감자라고 한다와 같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인터넷에 이런 이야기들이 더 많아서 완전히 정설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기록으로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감자는 원래 18세기에 들어온 고구마, 19세기에 들어온 감자를 함께 지칭하는 것으로 역사가 비교적 짧은 것이다. 그 이전에 사용된 감자라는 말은 유구국(현재의 오키나와)에서 들여온 사탕수수(甘蔗), 제주에서 나는 홍귤(柑子)을 지칭하는 말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감자의 원래 한자어인 '감저'(甘藷)와 발음이 같은 돼지 저(猪)를 쓰는 '감저'(甘猪)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비슷한 말만 있으면 갖다 붙이는 민간어원의 논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감자탕이 감자뼈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너 그거 몰랐지?'라는 말투로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음식 이름을 지을 때는 당연히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도록 주재료 명칭과 요리 방법을 결합하여 짓는다. 당연히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말을 사용하여 만들었을 리는 없다. 오늘날과 같은 감자탕이 만들어진 역사에 대해서 음식 연구자들은 대체로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로 잡고 있다.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것이 맞다면 그 시기에 사람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감자뼈'를 재료로 했다는 것보다는 널리 사용하는 말인 '감자'를 재료로 한 것이라는 설명이 더 타당하다.

오늘날 감자탕의 주재료는 돼지 등뼈인 경우가 많으므로 영어로 쓸 때, 'Pork back-bone soup'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같은 재료를 쓰지만 감자를 넣지 않은 음식의 경우 '감자 해장국, 감자찜'이라고 하지 않고 '뼈다귀 해장국, 등뼈찜'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을 보면 어떤 원리로 음식 이름이 만들어진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자가 많이 들어간 감자탕을 'Potato soup'이라고 쓰는 것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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