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신천동에 사는 송모(68)씨는 3일 오전부터 일손이 바빴다. 지난주 주문한 연탄 400장이 배달됐기 때문. 지난해 기름보일러 방 4개 가운데 2개를 연탄 보일러로 바꾼 그는 "기름값이 비싸 연탄을 쓰지 않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송씨는 최근 실내 등유값이 지난겨울에 비해 크게 오르자 방 한개를 추가로 연탄 보일러로 교체할까 고민 중이다.
고유가와 경기 불황으로 값싼 연탄으로 올겨울을 준비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정용 기름 보일러를 연탄 겸용으로 쓸 수 있게 개조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가 하면 아예 연탄 보일러로 교체하는 집도 상당수다. 대구 연료조합에 따르면 2002년 한해 평균 3만3천t에 불과했던 연탄 소비량은 2006년 15만8천t으로 4배 이상 늘었고 비교적 겨울이 따뜻했던 지난해에도 15만t에 이르렀다.
대구연료조합 이기호 상무는 "올해에는 고유가와 미국발 금융 악재까지 겹쳐 연탄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20% 는 18만여t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찾은 대구 동구 안심 저탄장 내 한 연탄공장. 1초도 쉬지 않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는 연탄이 쉴 틈 없이 찍혀 나왔다. 인부들은 갈고리 모양의 집게를 사용해 1t트럭에 갓 생산된 연탄을 옮겨 싣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인부 김모(53)씨는 "월동준비를 하는 이맘때쯤이면 오전 8시에 작업을 시작해도 쏟아지는 주문량을 맞추기가 버겁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하루 동안 생산되는 연탄은 8만여장. 저탄장 내 세곳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연탄은 하루 평균 30여만장에 이른다.
인근 연탄공장에는 연탄 3천만개를 만들 수 있는 11만t의 무연탄이 고분처럼 쌓여 있었다. 이곳 한 관계자는 "올해 연탄 소비량이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름 동안 100억원을 들여 무연탄을 확보해 놓았다. 폭설 등으로 강원도에서 무연탄의 운송이 어려울 때를 대비했다"고 말했다.
연탄이 귀하신 몸이 되면서 연탄 소매상이나 연탄 보일러 업주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연탄 소매상 박모(58)씨는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주문량이 하루 평균 4천장으로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보일러 업계도 앞다퉈 연탄 보일러로 교체하려는 문의가 이어지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달서구에서 보일러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48)씨는 "미용실, 부동산 중개업소 같은 개인 사무실은 물론이고 가정집에서도 연탄 보일러로 교체하려는 주문이 일주일에 3, 4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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