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수원 원정 연장 접전 끝 1승 1패로 대구 귀환
4안타를 친 타자가 감독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실책을 지켜본 감독은 웃으며 손을 들어 화답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KT 위즈를 연장 12회 접전 끝에 3-2로 꺾었다. 전날 1차전을 7-8로 내준 삼성은 수원 원정 2연전을 1승 1패로 마치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였다. 6타수 4안타 2타점에 결승 득점까지 올렸지만, 중요한 순간 수비 실책으로 동점을 내줬다가 발로 만회하는 롤러코스터 경기를 펼쳤다.
방망이는 처음부터 달아올랐다. 0-0으로 맞선 2회초 무사 2루에서 상대 선발 고영표를 상대로 우익수를 넘기는 3루타를 때려 선제 타점을 올렸다. 2024년 KBO리그 데뷔 후 정규시즌을 포함해 처음으로 기록한 3루타였다. 4회에는 중견수 쪽 2루타, 6회에는 우익수 앞 안타를 추가했다. 단타·2루타·3루타를 모두 때려낸 디아즈는 홈런 하나만 보태면 포스트시즌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할 수 있었지만, 진기록 대신 승부처에서 팀에 필요한 안타를 골라냈다. 삼성이 얻은 3점에 디아즈가 모두 관여했다.
1-1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1·2루, KT가 왼손 투수 전용주를 투입하자 디아즈는 맞불을 놓듯 우익수 앞 적시타를 날렸다. 2루 주자 김지찬이 홈을 밟으며 삼성은 2-1로 앞섰다. 이대로라면 한국시리즈 2차전 결승타와 MVP가 예약된 장면이었다.
그러나 리드는 한 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10회말 1사 1·2루, 삼성 투수 원태인이 힐리어드를 1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타구를 잡은 1루수 디아즈가 2루로 던지려다 공을 떨어뜨렸다. 그 사이 모든 주자가 살아 삼성은 순식간에 만루 위기에 몰렸다. 원태인이 이어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고, 2-2 동점을 허용했다. 삼성 벤치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디아즈를 구한 건 동료들이었다. 삼성 불펜진이 11회를 틀어막은 뒤 연장 12회 공격 기회가 찾아왔다. 12회초 무사 1루에서 디아즈는 내야 땅볼을 친 뒤 전력으로 달렸다. 비디오 판독 끝에 병살을 피했고, 이 과정에서 KT 2루수 오윤석의 1루 송구 실책이 겹쳤다. 디아즈는 멈추지 않고 홈까지 내달렸다. 2-2 균형을 깨는 결승 득점이었다. 12회말 배찬승이 마운드를 마무리하며 삼성은 3-2 승리를 확정했다.
투수전도 볼 만했다. KT 고영표와 삼성 페덱이 나란히 7이닝 1실점으로 버텼고, 원태인은 선발 복귀를 앞두고도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마운드에 올라 32구를 던지며 삼성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간 뒤 디아즈는 더그아웃 앞에서 원태인에게 먼저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였다. 원태인은 활짝 웃으며 디아즈의 등을 두드렸다. 이어 박진만 감독 앞에서도 같은 인사를 반복했다. 박 감독은 환한 미소로 손을 들어 화답했다.
경기 후 디아즈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버틴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며 "시리즈를 동점으로 만들고 대구로 가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삼성과 KT의 한국시리즈 3차전은 오는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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