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274년쯤 시리아 카데시에서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 왕 무와탈리 2세가 격돌했다. 고대 최대 전차전(戰車戰)으로 꼽히는 카데시 전투다. 양측 모두 전차를 주력으로 삼았으나, 전투 초반 히타이트군이 전차로 기습해 이집트군을 혼란에 빠뜨렸다. 말·바퀴·활·방패를 결합한 전차는 보병 중심 전쟁에 막강한 기동력을 가져왔다.
약 3천 년 뒤에는 철도(鐵道)가 전쟁의 양상을 바꿨다. 1870년 보불전쟁에서 프로이센은 철도망과 치밀한 동원 계획으로 병력을 효과적으로 집결시켰다. 전신(電信)도 지휘와 동원을 뒷받침했다. 얼마나 잘 싸우느냐뿐 아니라 병력을 얼마나 빨리 필요한 곳으로 보내느냐가 중요해졌다.
1916년 1차 세계대전 솜 전투에서는 철조망(鐵條網)이 공포의 대상이 됐다. 영국군은 대규모 포격으로 독일군 방어선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곳곳에서 철조망과 기관총 진지가 대응했다. 그해 7월 1일 공격 첫날 영국군은 약 5만7천 명의 사상자를 냈다. 값싼 철조망이 기관총과 결합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냈다.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영국 본토 항공전에선 레이더가 주역이었다. 독일 공군 공습에 맞선 영국은 레이더로 적기의 접근을 포착해 전투기를 적시적소에 투입했다. 영국의 스핏파이어 전투기가 유명하지만, 이 전투기를 언제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알려준 통합 방공체계도 승리의 핵심이었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드론을 부각시켰다. 작은 무인기(無人機)가 전차와 장갑차를 공격하고, 포병의 눈이 되고, 다른 드론도 요격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이 훨씬 비싼 무기를 위협한다.
북한은 10월 29일 무인항공기술 전시회에서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와 K9 자주포 등을 본뜬 표적을 자폭드론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우크라 전쟁을 통해 드론 및 전자전 실전 경험을 축적했을 가능성이 우려를 키운다.
우리 군도 11월 2일 국방드론본부를 출범시켰다. 기존 드론작전사령부를 개편해 드론 기술 발전과 전력 확보를 지원하고, 작전 기능은 각 군으로 이관하는 구조다. 다만 조직 축소와 작전 기능 분산에 따른 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강력한 무기 못잖게 전쟁의 규칙을 바꾸는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전차는 이동 방식을, 철도는 동원 속도를, 철조망은 공격과 방어의 비용을, 레이더는 적을 발견하는 방식을 바꿨다. 드론은 이 여러 변화를 동시에 담고 있어 주목할 사례다.
우리 군의 드론 전력 강화가 뒤늦었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군은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한 차례 경고를 겪은 셈이다.
다만 드론 전력 강화가 미래 대비의 끝은 아니어야 한다. 전차와 철도가 그랬듯 드론 역시 언젠가 새로운 기술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은 이미 그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아직 등장하지 않은 기술이 또 다른 전쟁의 규칙을 만들 수도 있다.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특정 무기의 강력함보다 전쟁의 규칙이 끊임없이 바뀐다는 사실 아닐까. 최근 K방산의 수출 호조와 세계적 주목에 고무된 사이, 정작 전장의 새로운 변화를 읽는 데 소홀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드론 너머에서 전쟁의 규칙을 바꿀 또 다른 변화를 내다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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