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OTT로 왜곡된 역사 배우는 학생들…"교육 통해 역사 문해력 길러야"

입력 2026-11-05 17:30:00 수정 2026-11-05 1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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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역사 수용부터 조롱·혐오까지 이어져
지식 암기 위주 아닌 체험·토론 중심 교육 중요

최근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최근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숏츠에서는 안 그러던데요."

지역 중학교 역사 교사 A씨는 학생들의 '역사 문해력' 부족으로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호소한다. A씨는 "미디어로 역사를 접한 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이야기해 바로잡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영화나 영상을 통해 역사 정보를 습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상·SNS 통해 역사 습득

중·고등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이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를 통해 역사 관련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교육부 의뢰로 박진동 강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민주시민 역사교육 현황과 방향 탐색'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고생 1만1천788명 가운데 17.3%(복수응답)는 학교 밖에서 역사 지식과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로 '유튜브·숏폼 콘텐츠'를 꼽았다. 'TV·영화·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13.4%, '인터넷 포털 검색'이 4.5%, 'SNS·온라인 커뮤니티'가 4.0%%였다.

미디어에서 접한 역사 정보의 사실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교과서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다른 역사 정보를 접했을 때 '교사에게 직접 질문해 확인한다'는 학생은 5.2%, '인터넷 검색이나 책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는 학생은 19.8%에 그쳤다.

연구진은 "조사 결과는 디지털 대전환기 청소년들의 역사 정보 습득 양상이 비판적 검증보다는 수동적인 소비나 온라인 평판 중심의 확인에 편중돼 있음을 보여준다"며 "알고리즘에 의한 확증편향과 역사 왜곡 정보가 무분별하게 수용될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영상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유튜브 영상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역사 왜곡에서 혐오 표현까지

학생들의 역사 문해력이 낮아지면서 왜곡된 역사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자(들)'도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김영진 대구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실제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다루면서 확인된 사실과 검증되지 않은 의혹,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를 흐려 청소년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 퍼진 혐오 표현 역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와 함께 학생들의 역사 인식 부족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일부 선수들이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차경호 전 대구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내용은 방대한데 시간은 한정돼 있어 현대사 수업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서는 올바른 역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적고, 뉴미디어에서는 편향된 내용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고 국가의 공식 역사로 자리 잡은 사안들임에도 왜곡된 사실을 바탕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며 "제대로 된 역사 의식을 갖출 기회가 있었다면 혐오 표현을 쉽게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실 있는 역사교육 강화해야

교육 현장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역사교육을 심층적으로 진행할 시간이 부족한 데다, 민감한 주제를 다룰 경우 민원에 휘말릴 수 있어 수업이 위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 B씨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문제의 역사적 연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평가와 수업 진도를 신경 쓰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역사 교사 C씨도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민원에 대한 우려로 교실에서 민감한 주제를 충분히 설명하고 토론하기 어렵다"며 "정치적·논쟁적인 역사 주제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도록 교사를 보호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역사를 접하는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역사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성구 경북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닌 체험·탐구 중심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비판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사고력을 길러줘야 한다"며 "다만 교사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방식보다는 정부와 교육청 차원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교육은 과거의 사실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사회 현상을 과거에 비춰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해 양측의 관점을 모두 제시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