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표 당일 115개사 상승…현대제철·롯데쇼핑 등 강세
외국인 한 달간 622억원 순매수…기관도 당일 매수 전환
기업가치 개선 압박 본격화…실질적 주주환원 이행 관건
한국거래소가 장기간 저평가 상태에 머문 상장기업 151개사의 명단을 처음 공개하면서 국내 증시의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이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공표 당일 대상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상승하고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도 유입되는 등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다만, 단순한 명단 공개를 넘어 기업들의 실질적인 주주환원 확대와 자본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져야 정책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최초 공표된 저PBR 기업은 총 151사로 유가증권시장 96사와 코스닥시장 55사다. 이는 지난 3월 발표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로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 기업 등을 제외한 2431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분석했다. 최근 6개 반기 연속 또는 최근 7개 반기 중 6개 반기 동안 업종별 PBR이 유가증권시장 하위 25%, 코스닥시장 하위 10%에 해당한 기업 185사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PBR 개선계획을 공시한 기업 34사를 제외한 151사가 최종 명단에 올랐다.
업종별로는 산업재가 32사로 가장 많았고 ▲소재 29사 ▲정보기술 23사 ▲자유소비재 22개사 ▲헬스케어 18사 순이었다. 주요 기업으로는 현대제철(PBR 0.19배), 롯데쇼핑(0.17배), 이마트(0.15배), 롯데케미칼(0.18배), 한화생명(0.27배) 등이 포함됐다.
명단 공개 직후 주가도 일제히 반등했다. 전체 종목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일 저PBR 기업 151사 중 115사(76.2%)가 상승했고 32사는 하락, 4사는 보합으로 마감했다. 평균 등락률은 1.65%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96사 중 80사(83.3%)가 상승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55사 중 35사(63.6%)가 올랐다.
종목별로는 현대제철이 11.61% 급등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롯데쇼핑(9.28%) ▲대한해운(9.20%) ▲HL D&I(8.37%) ▲케이씨(8.08%) ▲이마트(7.09%) 등도 강세를 보였다.
최근 한 달간의 부진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지난 10월 2일부터 11월 2일까지 저PBR 기업 151사 중 132사(87.4%)가 하락했고 평균 등락률은 -6.0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상장 종목 평균(-9.36%)보다는 선방했지만, 대다수 기업이 약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투자자별 수급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2일 저PBR 기업에 대한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각각 약 145억원, 99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개인은 약 25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현대제철(89억원), 이마트(42억원), 롯데쇼핑(36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저PBR 기업을 약 622억원 순매수한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약 75억원, 543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롯데쇼핑 한 종목에서만 약 446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공표 당일 매수 우위로 돌아섰으며 일부 주요 종목에 매수세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저PBR 기업 전반으로 투자심리가 확산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저PBR 기업 명단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표시되면서 투자자들의 감시와 주주 관여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도를 기업 명단 공개를 통해 개선을 압박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 Shaming)' 정책으로 평가했다. 그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을 장려하는 동시에 저평가 해소를 위한 압박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단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기업들의 개선계획 공시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PBR 개선계획을 공시한 기업 61사 가운데 46사가 지난달 22일 마감 당일 공시했다. 거래소는 내년 저PBR 기업 151사 모두를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고 금융위원회도 기관투자자의 주주 관여를 촉진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공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시장 전반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PBR 기업 151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약 38조원으로 전체 시장의 0.7%에 불과하다. 이 중 131개사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억원 미만으로 유동성도 낮은 편이다.
또한 공표 기업 중 86사(57%)는 장기간 저PBR 상태가 지속돼 개선계획을 제출하더라도 내년 5월 공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결국 단순한 개선계획 발표보다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수익성 개선 등 구체적인 이행 성과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첫 계획 공시 후에는 109건의 65%가 60거래일 동안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고 절반은 초과수익이 5.6%포인트 이상이었다"며 "4월 22일을 앞두고 계획 공시가 다시 몰리고 주가는 계획 공시와 그 이행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