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처음으로 무인기(드론) 전용 전시회를 열고 수백 대의 자폭 드론과 신형 스텔스 무인기를 공개했다. 특히 한국군 최전방소초(GP)를 본뜬 것으로 추정되는 표적을 자폭 드론으로 공격하는 장면까지 선보이며 대남 무력시위에 나섰다.
31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 따르면 북한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무인항공기술발전-2026' 전시회를 개최했다. 북한이 무인항공기술만을 주제로 별도의 전시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된 사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선반마다 빼곡하게 진열된 소형 자폭 드론이다. 수백 대에 이르는 1인칭시점(FPV) 쿼드콥터 드론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다. 북한이 표준화를 통한 대량 생산에 돌입했단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FPV 드론은 조종자가 기체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조종하는 무인기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고 폭발물을 장착해 적의 장비나 병력을 공격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도 활용됐다.
◆ 韓 GP·K9 자주포 모형까지 타격…노골적인 무력 과시
북한은 단순히 무인기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공격 능력을 과시하는 시연도 진행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북한판 하롭'으로 불리는 자폭 무인기가 한국군 GP를 본뜬 것으로 추정되는 모의 표적을 타격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자폭 무인기는 한국군 K9 자주포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모형을 공격했다.
대남용 무기인 600㎜ 초대형 방사포 십수 발을 동시에 표적인 알섬에 발사해 초토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북한은 무인기에서 공대지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술 자폭 무인기와 다목적 무인기가 발사한 무기가 섬 표적을 100%의 명중 정확도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명중률은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아울러 '저격수'로 명명한 600㎜ 초대형 방사포 십수 발을 동시에 발사하며 화력을 과시했다.
◆ 러시아서 배워 왔나…스텔스 닮은 드론까지 등장
이번 전시회에서는 30종 이상의 무인기가 공개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특히 행사장 정중앙에 자리 잡은 가오리 형태의 대형 무인기가 관심을 끌었다. 레이더 탐지를 어렵게 하는 스텔스 형상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이는 이 기체는 북한이 처음 공개한 유형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지난달 김정은이 드론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사진에서 모자이크 처리돼 파악이 어려웠던 기체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군 방공망을 우회해 후방 지역을 정찰하는 등의 목적으로 개발 중인 대형 스텔스 드론이라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당 무인기의 외형이 러시아의 최신 스텔스 무인기 'S-70 아호트니크'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러시아가 기술 유입 경로일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다만 북한은 해당 무인기의 실제 비행 장면이나 성능을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시된 기체가 실제 운용할 수 있는 시제품인지, 외형만 구현한 모형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기존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다목적 무인공격기 '샛별-9형', 미국의 스위치블레이드 600과 유사한 소형 공격 드론, 골판지로 제작한 저비용 자폭 드론 등이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광섬유 드론'과 유사한 흰색 코일 캐니스터(원통)를 단 드론도 눈에 띈다. 광섬유 드론은 둘둘 말린 채 수납된 광케이블을 뿌리듯 풀어내면서 상대방을 향해 날아가 자폭하는 방식인데, 유선 상태에서 날아가기 때문에 전파교란이 통하지 않는다.
◆ 드론 확보 속도 내는 北…한국군은 전력화 지연 우려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인기 개발 속도가 최근 수년 사이 크게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전장에서 축적된 드론 운용 경험과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민 연구위원은 "초기인 2023년께는 8∼10종 정도만 보였다면 지금은 훨씬 종류가 늘어났다"고 했다.
신종우 사무총장은 북한이 드론 확보 속도전에 나선 것에 비해 한국은 무인기 개발과 도입 과정이 더디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군 현실은 FPV 드론조차 현재 상용 교육용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가장 큰 걸림돌은 긴 전력화 기간과 국내 열악한 드론 산업 생태계"라고 했다.
국방부 당국자도 30일 기자들과 만나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전력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는) 방위사업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며 민간 우수기술 신속 도입 등을 위해 "법적인 노력과 조직적인 노력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