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5천억 K-2 이전비 대구 홀로…가덕도·광주엔 법 고쳐 길 터줘

입력 2026-10-30 17:30: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市, 2년째 공자기금 요청에도 국비 미반영
가덕도 공사비 증액·광주 '선양여'와 대조

정부가 광주 군 공항 이전과 후적지 개발을 사실상 주도하며 지원에 나선 반면,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재원 문제로 1년 6개월째 후속 절차조차 밟지 못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대구 엑스코에 걸린 대구경북신공항 홍보 간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부가 광주 군 공항 이전과 후적지 개발을 사실상 주도하며 지원에 나선 반면,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재원 문제로 1년 6개월째 후속 절차조차 밟지 못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대구 엑스코에 걸린 대구경북신공항 홍보 간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경북신공항의 핵심인 대구 군 공항(K-2) 이전 사업비가 2년 연속 정부 예산에서 빠지면서 11조5천억원에 이르는 이전 비용을 대구시가 홀로 떠안게 됐다. 같은 시기 정부와 여당은 부산 가덕도신공항과 광주 군 공항 이전에 특별법 개정으로 길을 터주고 있다.

◆K-2 이전비 기부대양여로 대구시 단독 부담

30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TK신공항 예산은 민간공항 건설비 202억원이 전부다. 사업의 핵심인 군 공항 이전 사업비는 한 푼도 담기지 않았다. 군 공항 이전이 늦어지면 민간공항 개항과 후적지 개발 등 연계 사업도 줄줄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대구시가 추산한 군 공항 이전 비용은 11조5천억원이다. 관련 법에 따라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는 만큼, 시가 새 공항을 먼저 지어 국방부에 기부한 뒤 넘겨받은 기존 부지를 개발해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시는 건설 경기가 좋던 시절에는 이 방식으로도 사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공사비를 어디서 마련할지 뚜렷한 해법이 없다.

시가 내놓은 대안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융자였다. 정부 기금에서 이전 비용을 빌리고 이자는 국비로 보전받은 뒤, 후적지 개발 수익으로 원금을 갚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올해 2천795억원, 내년 3천324억원의 공자기금을 요청했지만 2년 연속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시는 자금만 확보되면 곧바로 보상과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에 행정적인 걸림돌은 아무것도 없다. 비용만 마련되면 감정과 보상, 공사 착수까지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데 홀로 비용을 마련하려니 난감하다"며 "정부의 안보 사업인 만큼 국가 주도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향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가덕도·광주엔 특별법으로 속도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공사비 갈등을 특별법 개정으로 풀기로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당정협의에서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계약금액 조정 기준일을 '계약 체결일'에서 전쟁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발생한 날'로 바꾸는 특별법 개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덕도신공항은 시공사가 6천200억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맞서 일정이 지연돼 왔다. 법이 개정돼 중동 전쟁 여파로 오른 공사비를 정부가 받아들이면 증액 규모는 8천500억원가량으로 늘어난다. 부지 조성 공사비는 10조7천억원에서 11조5천500억원이 된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은 기부대양여의 순서를 뒤집는 특례가 추진되고 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9월 21일 대표발의한 '광주 군 공항 이전 및 종전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다. 종전부지가 반도체 국가산단 등 국가산업단지 개발계획 대상이 되고 사업시행자가 이를 정부출자기업체에 팔 것으로 예상되면, 대체시설이 완공되기 전이라도 종전부지를 먼저 넘겨받을 수 있다. 종전부지를 반도체 산단으로 빨리 조성하고, 이전 사업 속도를 높이는 한편 국가의 재정 지원 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대구 군 공항 문제에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이라 국토부가 추진하는 게 맞고, 사업 과정의 애로를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TK신공항도 민항 추진에 애로가 있다면 적극 나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K신공항은 군 공항 이전이 선결돼야 민항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그 부분은 국방부와 대구시가 나서 범정부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