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5일 국회에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를 보고한 뒤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方針)을 밝혔다. 국정조사를 통해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대법원장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고 하더니, 정작 탄핵에는 나서지 못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니 앞뒤 맥락도 없다.
민주당이 당장 탄핵소추에 돌입(突入)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정치적 역풍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달랠 뾰족한 수가 없고, "민주당이 대법원장 탄핵과 사법 개혁의 적기를 놓치고 있다"며 공세(攻勢)를 펼치는 조국혁신당과 선명성 경쟁에서도 밀린다. 결국 국정조사를 빌미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공격함으로써 지지층을 달래는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이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 사퇴하는 '그림'을 노리는 것이다.
공직자에 대한 국정조사나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공직자를 벌함으로써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제도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공직자, 자신들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제물(祭物)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대법원장 국정조사니 탄핵이니 하는 것은 '사법부 굴복시키기'와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 해소' '지지층 달래기'를 위한 정치적 술수로 보일 뿐이다.
조 대법원장에게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다면 그 증거를 제시하고, 행위를 특정해 탄핵을 추진하고 그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대한 법률 위반 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고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장기간 미룬 문제,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문제, 업무추진비 문제, 대선 개입 의혹 등 여론 공세만 펼친다. 정부 여당 지지율 추락(墜落)을 막고,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삼권분립을 이토록 무시하는 행태가 공당으로서 할 일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