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살리겠다는 이재명 정부가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 우대를 내세운 정부의 약속이 과연 진정성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내년 미래대응기금(미래기금)을 조성한다. 많이 걷힌 세금 등을 모아 두었다가 장기적으로 청년 지원, 미래산업 육성, 지방발전, 교육·인재 양성 등에 활용한다. 예산 규모는 162조3천억원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돈을 흥청망청 쓰지 않겠다는 데 모두 동의한다.
문제는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교부세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발상이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주민 복지, 도로·교통, 소방·안전, 지역 시설 관리 등에 사용하는 재원이다. 법적으로 내국세의 19.24%로 정해져 있다. 지방정부는 이 돈을 지역의 우선순위에 맞춰 사용해 왔다.
정부는 지방교부세에서 30조5천억원을 만들어 미래기금에 넣겠다고 한다. 기존 산식을 적용할 때 지방교부세 감소 추정액이 가장 큰 곳이 경북이다. 경북 4조7천억원, 전남 3조8천억원, 경남 3조4천억원, 강원 3조1천억원 등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시를 비롯한 광역시도 수천억원이 줄어든다.
경북의 올해 예산 규모는 15조3천억원(1회 추경 기준)이다. 4조7천억원은 전체 예산 규모의 약 30%다. 당장 내년 경북 도민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지방교부세 감소를 우려하는 지방정부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미래기금의 사용처와 배분 기준에도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지방교부세를 줄였지만 미래기금 중 일부를 지방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 지역의 감소액을 해당 지역에 재투자한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극단적으로 경북에서 줄인 4조7천억원을 미래기금에 넣은 뒤 지방 발전과 미래산업 육성 명목으로 호남권에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호남권 반도체 분야 800조원 투자에 따른 각종 기반 시설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경북의 재정상 불이익과 호남의 투자 혜택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의구심에는 지방교부세 감소분을 어떤 기준으로 보전할지, 미래기금의 지역별 배분이 어떤 원칙에 따라 이뤄질지 밝히지 않아서다. 기존 재원이 줄어드는 지역과 신규 투자를 받는 지역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역별 순증감액과 배분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미래기금이 지방정부에 내려와도 돈 쓸 권한에 제약이 따른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미래기금에서 내려오면 앞서 설명한 4가지 항목 외에는 사용이 어렵다.
지방을 살리는 정책은 지방에 돈을 배분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방이 쓸 수 있는 재원을 보장하고, 사용처를 결정할 권한도 존중해야 한다.
기금 배분이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벌써 공모 등을 앞세운 중앙정부의 줄세우기 행태를 우려한다.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처사이고 중앙집중화를 강화하는 조치다.
정부안대로 미래기금을 신설한다면 지방재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정 지원뿐 아니라 재정 자율성도 보장하는 게 지방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방교부세 감소에 따른 재정 보완 기준과 지역별 배분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동시에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지킬 실질적인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