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감시해야 할 구·군의회, 제 밥그릇 챙기기 바빠… 의정비 인상 기준은 불투명

입력 2026-10-28 17:31:26 수정 2026-10-28 17: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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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구·군 중 수성구만 동결
심의위 회의 거쳐 결정… 인상률 산출 근거 불분명
"평가 지표 명확히 하고 주민 의견 실질 반영해야"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정부의 이른바 '퍼주기식' 현금성 지원정책으로 지역자치단체들의 살림살이가 빠듯해 지는 가운데 이를 살펴야 할 대구 구·군의회가 정작 자신들의 의정비 인상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매일신문 취재 결과,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월정수당 인상을 확정한 곳은 서구(2.7%), 군위군(3.5%), 남구·중구(각 7%), 북구(11.5%), 달서구(12.3%) 등 6곳이다. 특히 달서구는 이번 인상으로 9개 구·군 가운데 월정수당이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됐다.

동구(4.5%)와 달성군(15%)은 잠정 인상률을 정하고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수성구는 유일하게 동결을 결정했으며, 이후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3.5%)에 따라 수당을 인상하기로 했다.

문제는 의정비 인상 수준을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의정비는 각 구·군의회가 직접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군청 예산 담당 부서가 구성한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인상 수준을 논의한다. 심의위는 인구 규모와 재정 여건,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잠정 인상률을 정하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산정 기준이나 정량적 지표 없이 회의를 통해 인상률을 결정하는 구조여서 인상 필요성과 수준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경기와 재정 상황이 의정비 인상에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됐는지도 확인하기 쉽지 않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제한적이다. 의정비 인상률이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초과할 때만 주민공청회나 주민투표 등 별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의정 활동의 성과를 의정비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방의원 선거가 있는 해마다 구성돼 향후 4년간 적용할 의정비를 결정한다. 새로 선출된 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심의가 이뤄지는 만큼, 해당 의원들이 실제로 보여준 의정 활동의 성과를 인상 수준에 반영하기 어렵다.

결국 의정비 인상에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주민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주민 공청회나 심의위의 숙의 등의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구의회가 자의적으로 보수를 올릴 수 있다"며 "의정비 인상에 반영해야 할 평가 지표를 명확히 하고, 주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