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자연, 도시의 새로운 풍경
130년 역사의 베니스비엔날레를 기원으로, 세계 도시들은 문화예술 위상을 구축하는 행사로서 2년마다의 비엔날레를 개최한다. 월드컵은 국가의 이름으로 열리고 올림픽과 비엔날레는 도시의 이름으로 개최된다. 이러한 흐름에서 대구 수성구의 '수성국제비엔날레'는 도시 이름이 아닌 구(區) 단위의 특별한 사례이다. 또한 일회적 전시 행사가 아니라 세계적 건축가들의 실제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실현된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갖는다.
'Living Ground (살아 있는 땅)'를 주제로 하는 '2026 수성국제비엔날레'가 수성못 상화동산 일원 야외 파빌리온 '빅 루프 (Big Roof)'를 중심으로 11월 22일까지 열린다.
◆물의 기억을 되살리는 도시
분지 지형의 대구는 예부터 물을 관리하는 일을 중시했으며 수성구 일대에는 농경을 위해 조성한 저수지와 못들이 산재해 있었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많은 물의 공간들이 사라졌지만, 오늘날에도 20여 곳의 못과 수변 공간이 남아 있다. 이곳은 단순한 수자원이 아니라 농경의 역사와 주민들의 생활, 도시의 성장 과정이 켜켜이 쌓인 장소인 것이다.
'수성국제비엔날레'는 이곳 물의 공간을 건축과 조경으로 다시 바라본다. 자연과 도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익숙한 장소에서 도시의 지속성을 구축하는 시도이며, 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는 차원에서 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로운 공간으로 창출하는 것이다.
수성못과 망월지, 금호강변을 비롯해 ▷내관지 ▷대덕지 ▷대진지 ▷매호천 등 여러 장소가 비엔날레 프로젝트가 되고 생각을 담는 길이 된다. 구체적으로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공유하는 생태정원과 전망대, 쉼터와 파빌리온이 세워지게 된다.
◆수성못, 물 위에 펼쳐질 새로운 문화공간
수성못은 대구를 대표하는 수변 공간이다. 들안길의 음식문화, 못둑길의 산책, 카페와 호텔, 상화동산, 선사유적지, 도시의 오랜 시간 생활이 겹쳐 있다. 이곳에서 주목되는 프로젝트가 200m 길이의 '브리지 스트럭처(Bridge Structure)'이다. 들안로에서 수성못을 공중 위로 연결하는 대형 구조물에는 갤러리, 카페, 문화시설들이 배치되면서 최종적으로는 조형구조가 수면 위로 돌출한다. 입체적 공간 위에서 도시 경관을 감상하고 휴식하는 새로운 공간이 더해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축가 이시가미 준야의 설계가 마무리 단계이다. 그는 제1회 바라간상 초대 수상자로 최근(10월 9일) 선정되었다. 저명 건축가의 작품 실현으로 건축 명소로 주목받기를 기대하게 된다.
수성못 서측 수상공연장 '플로팅 힐스(Floating Hills)'가 건축·조경사무소 오피스 박킴(Office PARKKIM) 설계로 진행되고 있다. 1천200석 규모의 가변형 공연장은 물 위에 꽃잎이 펼쳐지는 입체적 공간이다. 높낮이가 다른 레벨과 자유로운 동선은 관람과 휴식, 공원 산책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한다. 여름 저녁의 바람과 물의 야경 빛,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의 색채가 공연의 일부가 되는 수상공연장은 자연과 호흡하는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공원과 공연, 휴식을 결합하는 뉴욕 허드슨 강변의 리틀 아일랜드를 떠올리게 한다.
◆3개 파빌리온, 일상의 풍경을 바꾸다
수성국제비엔날레에서는 작은 공간이 일상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실행된 파빌리온에서 그 취지를 보여 주고 있다. 대진지 수변공원에 조성된 'SUPRA'는 물의 순환을 작은 건축으로 표현한 파빌리온이다. 이스탄불 건축가 그룹 '쏘? 아키텍처 & 아이디어스(So? A&I)' 작품은 비가 지붕을 따라 흐르고 땅과 연못으로 스며드는 과정의 개념이다. 큰 바위와 목재, 금속, 케이블 와이어가 결합하는 자연의 흐름을 매개하는 작은 건축을 표현한다. 이 작품은 2026년 ArchDaily '올해의 건축물(Building of the Year Awards)' 수상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으며 수성구의 작은 수변 프로젝트가 세계 건축계와 만날 수 있음을 먼저 보여준다.
내관지의 '소소별'은 또 다른 방식으로 풍경을 다룬다. 지역 건축가 동원서(DA건축)가 설계한 파빌리온은 백색의 간결한 구조와 좁아지는 계단으로 구성된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하늘과 산, 물이 제한된 프레임 안에 차례로 들어온다. 높이 2m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달라진다. 건축이 반드시 크고 화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최소한의 구조가 오히려 자연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내관지의 물과 산을 바라보는 짧은 순간, 파빌리온은 도시 가까이에 남아 있는 자연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장치가 된다.
매호천변의 '릴레이셔널 필드(Relational Field)'는 비엔날레의 주제를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지역 건축가 예정우(씨마건축) 설계의 파빌리온은 신매역 인근 하천 산책길에 자리한다. 아파트 단지에서 하천을 따라 들판으로 향하는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일상의 쉼터다.
여름 햇빛을 피하고, 저녁 바람에 잠시 머물게 하는 공간은 땅에서 솟아오른 듯 원초적인 움막을 연상시킨다. 인근의 욱수천 화석지와 신석기 고인돌 유적을 떠올린다면 이곳의 의미는 깊어진다. 오랜 지질의 시간과 인간 삶의 땅에 오늘의 건축은, 과거 흔적과 현재 생활이 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다.
◆지속성으로 도시를 바꾸는 비엔날레
불과 2회를 맞는 '수성국제비엔날레'는 그 중간 연도 '프리비엔날레'를 통하여 연결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진밭골 목재친화도시(켄고 쿠마), 내관지 숲속광장 화장실(승효상), 두꺼비 산란지 망월지 생태환경조성, 연호지구 작은 미술관(LH 협력), 들안 예술공원 등으로 확산된다. 곳곳에 흩어진 점의 공간이 연결되어서 전체가 유기적인 네트워크 도시가 된다. 살아가는 도시, 바라보는 도시, 찾아오는 도시로서 문화 예술 경제도시로의 진화를 기대하게 된다.
비엔날레의 성과는 행사와 준공식 또는 유명 건축가의 초청이나 국제적 수상 실적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시민들에게 일상화되고 지속적으로 활용되는 가치를 지녀야 한다. 비엔날레 계획 프로젝트가 실현되기 위한 예산 확보,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수성국제비엔날레'의 지향은 건축의 전시가 아니라 도시의 변화이다. 물과 도시, 자연과 인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관계성의 들판'. 그 들판이 도시 곳곳에 펼쳐질 때 비엔날레는 시간을 넘어 도시 일상에 남는 공간 문화와 관광적 자산이 될 것이다.
건축가·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