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숙한 세상을 의심하다'… 오정일 신간 '상식적인 공화국'

입력 2026-10-30 0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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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일 지음 / 매일P&I 펴냄

오정일 지음 / 매일P&I 펴냄
오정일 지음 / 매일P&I 펴냄

한 사회의 '상식'은 얼마나 상식적인가. 공정하다고 여기는 제도는 실제로도 공정한가. 좋은 뜻으로 만든 정책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가.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의 칼럼집 '상식적인 공화국'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생각들에 질문을 던진다.

오 교수는 2019년 7월부터 매일신문 '새론새평'에 칼럼을 연재해 왔다. 7년 동안 쓴 90여 편 가운데 40편을 골라 한 권에 담았다. ▷사회와 정치 ▷인구·노동 ▷대학 ▷비즈니스 ▷사법제도 ▷팬데믹 ▷의대 증원 논란 등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를 달군 쟁점들이 두루 등장한다.

소재는 다양하지만 글을 관통하는 시선은 한결같다. 정책의 명분보다 실제 결과를 보고 구호보다 제도와 이해관계, 사람들의 행동을 살핀다. '부모 찬스가 없는 사람들'에서는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통해 공정과 공감의 의미를 묻고, '공화국에 왕은 없다'에서는 거대해진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공화국의 원리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짚는다.

오 교수는 스스로를 "좌파적 우파"라고 부른다. 우파 정부에서는 좌파라는 말을, 좌파 정부에서는 우파라는 말을 들었다며 자신의 글쓰기를 '균형자 본능'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한쪽의 주장을 대변하기보다 익숙한 주장에 "정말 그런가?"라고 묻는다. 정광호 서울대 교수는 이 책이 정치·경제·사회 문제의 표면 아래에 있는 "제도와 이해관계, 규범과 욕망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제목 '상식적인 공화국'은 역설적이다. 책은 무엇이 상식인지 가르치기보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어 온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40편을 읽고 나면 개별 현안보다 세상을 바라보고 질문하는 지은이의 방식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조두진 매일신문 논설위원은 추천사에서 "대중과 매스미디어는 지금 듣고 싶은 말을 좋아한다. 반면 역사와 문명은 지금은 낯설고 거북하지만 다음 세대에 비로소 상식이 된 것들을 기억한다. 이 둘 중 하나만 짚어도 훌륭한 칼럼으로 평가 받는다. 오정일 교수는 깊은 지적 힘과 넘치는 상상력으로 오늘의 문제를 냉철하게 짚는 동시에 내일에야 비로소 상식이 될 질문을 던진다"고 썼다.

저자 오정일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정책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2007년부터 경북대 교수로 재직하며 기획부처장, 행정대학원장, 교수회 의장 등을 지냈다. 188쪽, 1만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