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소득 4만달러 자랑보다 국민 살림부터 살펴라

입력 2026-10-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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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깜짝 성장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0%로 당초 전망치(0.3%)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화려한 성적표의 이면을 보면 민간소비는 0.2% 감소했고, 서비스업 성장률은 0.2%에 그쳤다. 문제는 이런 괴리가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起因)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26일 반도체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과 인공지능(AI) 확산,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청년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진단했다. 불안정 일자리에서 안정적 상용직으로 이동하는 청년 비율은 2014~2019년 3.5%대에서 2023~2024년 1.6%로 떨어졌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성장의 결과인가.

대외 부문과 내수경제의 괴리도 뚜렷하다. 2분기 경상수지 흑자(黑字)는 1천166억달러로 독일과 일본 흑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상흑자를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전망했다. 그러나 내수 부진과 고금리 부담에 신음하는 서민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 취업기회전망지수는 하락했고, 중소기업 금융을 떠받치는 기업은행의 3분기 말 연체율은 1.04%로 2011년 관련 자료 공개 이후 가장 높다. 소비 부진이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고, 기업의 고용·투자 축소가 가계소득과 소비를 옥죄는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정부는 이날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대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반도체 기업의 현금 배당(配當)과 내년 1분기 성과급 지급이 민간소비를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이른바 낙수효과나 곁불 쬐기로 내수를 회복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성장의 온기가 모든 국민의 삶에 퍼지도록' 노력하겠다지만 고용·소득 격차 해소 대책은 현실감이 전혀 없다. 반도체 호황의 혜택이 저절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경제정책도 아니다. 심각한 성장 불균형을 뻔히 알면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깜짝 성장률은 정부 성적표가 아니라 정책 한계를 드러내는 숫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