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손님만 받습니다"…예약 공화국에 설 자리 잃는 노인들

입력 2026-10-28 16: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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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미용실·음식점까지 모바일 예약 일상화…고령층 디지털 소외 심화
스마트폰 사용 서툴어 빈 가게 앞에서도 발길 돌리기 일쑤…고령층 많은 경북, 편리함 속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20대 한 직장 여성이 모바일을 이용해 택시를 예약하고 있다. 임상준 기자
20대 한 직장 여성이 모바일을 이용해 택시를 예약하고 있다. 임상준 기자

"택시가 눈앞을 지나가는데도 잡을 수가 없어요.(70대 남성)" "손님이 없는 미용실에 들어갔더니 모바일 예약부터 하고 오라는 곳이 많아 낭패에요.(60대 여성)"

'예약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버젓 손이 비었는데도,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업태가 갈수록 늘고 있다.

거리의 택시부터 미용실, 음식점, 병원까지 모바일 예약 문화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면서 휴대전화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예약은 관련 애플리케이션 설치와 회원가입, 본인인증부터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T 등 모바일 호출 서비스가 보편화된 택시의 경우 거리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장종태(74) 씨는 "예전처럼 지나가는 택시를 잡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30~40분 동안에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 낭패를 본 적이 있어, 매번 손자에게 택시 예약을 부탁한다"고 했다.

'로드 미용실'도 모바일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과거에는 동네 미용실에 들러 차례를 기다리면 머리를 손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예약은 필수다. 60대 김인숙 씨는 "손님도 없는데 머리 하나 자르지 못한다니 이해가 안 된다"며 "이제는 머리를 자르는 것도 딸에게 대신 예약을 하고 한다"고 푸념했다.

음식점과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음식점은 모바일 대기 등록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의료기관 역시 온라인 예약을 확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5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55세 이상)의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은 일반 국민의 56.2%에 불과했다. 그나마 70대 이상은 29.4%에 그쳤다.

경북은 고령자가 많아 모바일 예약 현실이 더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경북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6.1%로 전국 평균 20.3%를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전화 예약과 현장 접수 등 대체 수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안선정 구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약제는 업주에게 효율적인 영업 수단이고 고객에게도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모바일 예약이 사실상 유일한 이용 통로가 되는 경우"라며 "고령층을 위한 오프라인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