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김성준] 자유는 희귀하고 연약한 식물이다

입력 2026-10-29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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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문 자체에 '자유'라는 말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을지라도 헌법 전문이 밝히는 기본 질서부터 신체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사유재산권 보장에 이르기까지 헌법의 곳곳에 자유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민주'라는 이름만으로는 결코 국가의 번영을 담보할 수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가 무색하게, 자유를 상실한 북한 정권은 역사상 가장 가혹한 전체주의 독재로 전락했다. 이처럼 자유가 결여된 민주는 다수의 횡포와 폭정으로 흐르기 쉽다. 진정한 자유 사회에서 국가의 궁극적 목적은 오직 개인의 존엄과 자유에 있다. 국가는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 도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주인의 위치에 서서 국민의 삶을 통제하려 드는 순간 민주공화국의 존립 기반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자유는 희귀하고 연약한 식물(Freedom is a rare and delicate plant)이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경구다. 인류 문명사 수천 년을 통틀어 인간의 기본 상태는 자유가 아닌 강제와 궁핍이었다. 전제 군주, 봉건 영주, 독재자의 자의적 지배 아래 신음하던 역사에서 개인이 간섭 없이 생각하고 재산을 소유하며 시장에서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사회는 근대 이후에야 비로소 등장한 극히 '희귀한' 예외였다. 또한 자유는 화초처럼 연약하다. 외부의 노골적인 침략보다 위험한 것은 내부에서 은밀히 자라는 안일함이다. 경제 위기나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대중과 정치인은 손쉽게 국가의 개입을 외친다. 약자를 돕겠다는 선한 명분을 앞세우지만 한 번 비대해진 정부의 권한과 규제는 결코 스스로 줄어들지 않는다. 자유를 당연한 공기처럼 여기며 방심하는 사이에 거대해진 국가 권력이라는 잡초가 정원을 집어삼킨다.

부동산 규제는 이러한 경고를 실감케 한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으로 잇달아 확대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이제 아파트 거래마저 관할 지자체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개인이 피땀 흘려 마련한 재산을 처분하고 거주지를 선택할 기본적 권리에 정부가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 규제가 우리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실효성조차 없다는 것이다. 경기 규제 지역 12곳 중 11곳에서는 지정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오히려 이전 기간을 웃돌았다. 시장의 원리를 거스른 규제가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시민의 자발적인 거래만 박탈하고 말았다. 자유의 위기는 국민의 말과 글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해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미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플랫폼 의무 조항이 있는데도 이중·삼중으로 과잉규제한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조차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며 보완 입법을 주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중한 소송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에서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비판할 주체는 사라진다. 처벌의 공포로 언론과 시민이 스스로 입을 닫는다면 권력 남용을 막을 제도적 견제 기능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프리드먼은 권력의 집중이야말로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라고 보았다.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정부가 자유를 위협하는 괴물로 변질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그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정부 권한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국방과 치안, 법질서 확립, 그리고 시장이 공급하기 어려운 최소한의 공공재 제공에 철저히 머물러야 한다. 만약 규제를 통해 그 외의 영역에 개입하려면 그로 인한 사회적 편익이 비용을 압도할 만큼 명백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둘째, 권력을 철저히 분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불가피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더라도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맡는 편이 안전하다. 권력이 한곳에 집중될 때 발생하는 독점과 남용을 방지하고, 지역 주민의 감시와 견제가 수월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입을 꼭 필요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권력을 분산하는 일만이 국가의 번영과 시민의 자유를 온전히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