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김봄이 차장
시험에서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우등생은 달라진다. 수학에 높은 배점을 주면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국어를 중시하면 글을 잘 읽는 학생이 유리하다. 국가기관의 입지를 고르는 일도 비슷하다. 평가표에 숫자가 적혀 있다고 저절로 공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평가하고 얼마나 반영할지를 정하는 순간, 이미 중요한 선택이 이뤄진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 논란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대구 의료계는 후보지 선정 평가지표 연구용역 결과를 두고 'TK 패싱'을 우려하고 있다. 연구원이 들어설 곳을 고르면서 정작 치의학 연구와 산업 기반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의 불만으로만 넘기기에는 짚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보고서가 제안한 가중치를 보면 교통 접근성이 16.8%로 가장 높다. 정주기반 16.5%, 지역 성장 가능성 14.7%가 뒤를 잇는다. 치의학 연구환경은 14.3%로 네 번째다. 균형발전은 5.5%에 그친다. 아직 확정된 공모 배점은 아니지만, 국가 연구기관의 입지를 판단하는 출발점으로 삼기에 타당한지 따져야 한다.
교통과 정주 여건은 중요하다. 우수한 연구자가 오가고 가족과 함께 정착하려면 생활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충남 측이 교통 접근성을 전국 단위 연구협력과 인력 교류에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교통이 중요하다는 설명만으로 그것이 가장 높은 가중치를 받아야 하는 이유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연구기관은 연구자가 출퇴근하는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학의 기초연구가 병원의 임상으로 이어지고, 기업이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연결망 속에서 성과를 낸다. 대구에는 치과대학과 병원, 치과 의료기기 기업,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있다. 이런 기반이 연구원과 만나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평가하는 일은 설립 목적과 직결된다. 인구나 지역경제가 얼마나 성장하는지와 치의학 연구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는 구분해 살펴야 한다.
지난 27일 국정감사에서는 용역 수행기관 선정과 심의 시점, 외부 재위탁, 평가항목 변경 과정 등을 둘러싼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적된 사안의 위법 여부와 특정 지역을 위한 의도가 있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 의문이 남으면 그 기준으로 얻은 결과도 신뢰받기 어렵다. 입지 선정 이후까지 갈등을 끌고 가지 않으려면 지금 설명하고 확인해야 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특정 지역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를 부인했다. 연구용역은 참고자료이며, 위원회를 구성하고 의견을 수렴해 선정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평가항목이 바뀐 이유와 가중치 산정 근거를 공개하고, 국감에서 제기된 절차상 의문을 검증해야 한다. 최종 기준에는 연구·임상·산업의 연결 역량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대구 역시 'TK 패싱'이라는 구호와 함께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연구원이 들어서면 어떤 연구를 하고, 지역의 병원·기업과 어떻게 협력하며, 그 성과를 국가 전체로 확산할 것인지 입증해야 한다. 준비해 온 역량이 평가표에서 빠지지 않도록 요구하되, 그 역량의 실체도 보여줘야 한다.
대구가 요구할 것은 선정의 약속보다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다. 정부가 마련할 것은 선정된 지역에 정당성을, 선정되지 못한 지역에 승복할 근거를 주는 절차다. 공모의 공정성은 문을 열었다는 선언보다 어떤 잣대를 세웠는지에서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