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0배로 벌어진 주택 자산 격차, 주거 사다리 복원 시급하다

입력 2026-10-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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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가 보유·거주하는 주택 가격 격차가 300배에 육박하며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하위 20%(1분위) 가구의 자가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은 239만 원으로 1년 새 9.1% 하락한 반면, 자산 상위 20%(5분위) 가구는 6억9천341만 원으로 7.7% 올랐다. 이로 인해 두 집단 간 주택 가격 배율은 290.1배로 벌어졌고, 전체 자산 격차 역시 68.6배로 커졌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자산 양극화가 날로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격차 폭증의 가장 큰 원인은 하위 계층의 자가 거주 비율 급감과 상위 계층의 자산 가치 상승이 겹쳤기 때문이다. 자산 1분위의 자가 거주 비율은 6.6%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은 상위층의 자산 보유액을 대폭 끌어올렸다. 거주 주택 외에 상위층이 보유한 임대·투자용 부동산까지 합산할 경우 실제 체감하는 자산 불평등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자산 양극화가 부의 세습(世襲)과 신분 고착화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病弊)가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집중된 한국 경제의 특성상, 주택 자산의 불평등은 청년·신혼부부 등 미래 세대의 주거 사다리를 완전히 끊어놓고 있다. 아무리 일을 해도 솟구치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망감(絕望感)은 노동 의욕을 꺾고 저출생과 인구 감소를 가속화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그동안의 집값 잡기식 단기 대책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주거 안정과 자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종합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자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거 취약계층과 무주택 서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주거 안정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분양 및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임차 가구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