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김교영] 참새를 죽였다가 인민을 잃었다

입력 2026-10-27 05:00: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1958년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을 벌였다. 단숨에 미국과 영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이었다. 인민의 살림과 경제를 키우는 일이 급했다. 쌀과 철강 생산에 총력을 쏟았다. 쌀 생산 증진은 실패했다. 마오쩌둥은 인정하기 싫었다.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저 새는 해로운 새다." 참새가 곡식을 축낸다며 대대적인 박멸을 지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천적(참새)이 사라지니 해충이 창궐했다. 무지한 발상이 생태계를 망쳤다. 농작물 피해는 컸다. 많은 인민들(4천만~7천만 명)이 굶어 죽었다.

같은 해 중국은 '철강 강국 도약'을 선언했다. 15년 내에 영국을 추월하겠다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목표였다. 당시 중국엔 제철소는 물론 기술자도 없었다. 농촌 전역을 용광로로 만들었다. 전국에 100만 개 넘는 토법고로(土法高爐·가정용 소규모 용광로)를 설치했다. 마을마다 생산량을 할당했다. 채우지 못하면 문책했다. 농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냄비와 숟가락, 농기구까지 마구잡이로 녹였다. 그렇게 만든 것은 '똥철'(쓸모없는 쇳덩이)이었다.

중국 대기근(大飢饉)의 원인은 참새 박멸이나 토법고로만이 아니다. 무리한 집단화, 허위 생산 보고, 과도한 곡물 징발이 겹쳤다. 현실보다 구호를 앞세운 오만한 정책의 결과다. 사회운동가 량수밍(梁漱溟)은 친구인 마오쩌둥에게 '농민을 희생시키는 급진 정책의 수정'을 요구했다. 권력자는 귀를 막았다. 비판은 사라지고 참사는 커졌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에 경고등이 켜졌다. 검찰 개혁과 농지 전수조사(全數調査)가 대표적이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명분이 결과까지 정당화하지 않는다. 검찰 개혁의 목표는 검찰권 남용을 막고 수사와 기소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 개편에 앞서 형사사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지부터 따졌어야 했다. 사건과 기록을 어디로 넘길지, 인력은 충분한지, 시스템은 갖춰졌는지 검토해야 했다. 준비보다 '검찰청 폐지'가 먼저였다. 기관의 수장(首長)도 없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출범시켰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범죄 수사는 난맥상을 보이고, 국민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게 '국민의 명령'인가.

농지 전수조사도 마찬가지다. 투기와 불법 소유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현실을 외면한 채 조사부터 강행했다. 농민들은 불안했다. 농촌엔 경작하기 힘든 늙은 농민이 있다. 팔리지 않는 상속 농지가 있다. 땅을 빌려 농사 짓는 사람도 있다. 이런 복잡다단한 현실을 모르고 '투기꾼 사냥'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황한 당정(黨政)은 고령농과 관행적 임대차 등을 고려한 보완책을 내놨다. 순서가 바뀌었다. 대통령이 던진 지시에 관료들이 허겁지겁 정책을 만들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정책의 방향만 옳으면 과정과 결과는 '묻지마'인가. 누가 그 방향을 정하고, 부작용은 누가 책임지나. 지금 여야(與野)의 토론과 협의는 실종됐다.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정부가 '개혁'을 내세워 정책을 밀어붙이는 일들이 잦다. 야당은 견제력(牽制力)을 잃었다. 이런 환경일수록 정부는 더 신중해야 한다. 권력이 강할수록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현장을 살펴야 한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개혁이 이전보다 낫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변화의 폐해를 상쇄할 만큼 나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을 외면한 정책에 국민만 골병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