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심슨월드
맷 그레이닝 지음/ 윌북 펴냄
벽돌력 1천200쪽, ■■■■■
두께 6㎝
정가 17만원
예상 완독 기간 심슨 정주행과 함께라면 기약 없음
흉기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안내까지 붙은 진짜 '벽돌책'이다. 무게만 4㎏. '노란 피부의 미국인 가족'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다. 도넛과 맥주를 좋아하는 아빠 호머, 파란 머리로 가족을 챙기는 엄마 마지, 사고뭉치 자식들 바트·리사·메기다.
이 노란 가족은 30년 넘게 미국 TV에서 정치와 자본주의, 종교와 교육까지 온갖 문제를 비틀어왔다. 웃고 넘겼던 만화 속 농담에 미국 사회의 민낯이 숨어 있다면? 그 비밀을 파헤치려면 1천200쪽짜리 벽돌책을 펼쳐야 한다. '심슨 월드'는 심슨 가족의 지난 20년 동안의 이야기를 통째로 펼쳐놓은 일종의 팬덤 백과사전이다.
◆벽돌 포인트
책이 두꺼워진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심슨 가족' 시즌 1부터 20까지 440개 에피소드를 망라한다. 심슨 가족에는 짧은 대사에도 언어유희와 패러디, 다른 작품을 향한 오마주가 빼곡하다.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웃음이 터진 장면에서도 왜 웃긴지 놓칠 수 있다. 각 회차의 줄거리와 제작 정보는 물론 주요 대사와 장면에 담긴 의미, 제작진이 숨겨놓은 이스터에그까지 담았다. 심슨 가족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토니 블레어, 마이클 잭슨, 스티븐 킹 등 실제 유명인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중도포기 위험구간
440개 에피소드를 모두 보고 책의 설명까지 꼼꼼히 읽겠다는 계획은 금물이다. 모르는 유명인과 낯선 미국 문화가 줄줄이 등장하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더뎌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목차에서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찾아 펼치거나, 평소 궁금했던 장면을 먼저 확인하는 식으로 접근해도 충분하다. 완독보다 중요한 건 화면을 스쳐 지나갔던 농담을 하나라도 더 발견하는 일이다.
◆1천200쪽을 다 읽고 나면
처음에는 호머의 엉뚱한 행동에 웃었다면, 그 뒤에 깔린 미국 사회의 풍자와 대중문화의 흔적까지 발견하게 된다. 한 회차를 다시 보더라도 전에는 지나쳤던 대사나 배경 속 소품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재미는 애니메이션을 대신 보는 데 있지 않다. 이미 본 작품을 다시 보게 만든다는 데 있다. 4㎏의 책을 들고 화면 앞에 앉을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추천 독자
'심슨 가족'을 오래 좋아해온 팬이라면 소장 욕구를 자극할 만한 책이다.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여러 번 돌려보고, 대사 하나에도 숨은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만 침대에 누워 가볍게 읽기에는 손목이 먼저 항의할 수 있다. 소파에 앉아 심슨 가족을 보는 대신, 이번에는 심슨 가족을 통째로 소파 옆에 두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