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출품' 논란 끝 사임한 유홍준…마지막 일정서 "죄책감과 사랑 안고 떠나"

입력 2026-10-22 11: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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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소장품 전시 및 검증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 소장품 전시 및 검증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검증 부실과 이해충돌 논란 속 사임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취임 1년 3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마지막 공식 일정에서 "나 자신의 실수로 인한 죄책감, 그리고 박물관에 대한 자랑과 사랑을 안고 떠난다"고 했다.

유 관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개인의 실수로 박물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퇴임하게 돼 죄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물관 직원들을 "사랑하는 우리 박물관 식구들"이라고 부르며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 관장은 "작년 7월 21일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 관장으로 부임해 처음 출근했을 때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작년 연간 관람객이 650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600만명을 돌파했다며 연말에는 7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인한 일시적 열풍이 아닌 분명한 지표"라며 박물관 직원들의 노고에 공을 돌렸다. "해외 여러 박물관에서 우리 박물관의 확장 혹은 발전 비결이 뭐냐고 부러워한다"며 "우리 박물관 식구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온 결실"이라고 했다.

유 관장은 지난 1년 3개월의 재임 기간을 돌아보며 "박물관 전성기에 관장을 지낸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아울러 "아쉽고 미안하기만 하다"면서 "박물관을 떠나더라도 (박물관이 추진해온 ) 여러 사업은 힘껏 도와드리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또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소속 지역 박물관에 자주 내려가지 못했다"며 "나 자신의 실수로 인한 죄책감, 그리고 (박물관에 대한) 자랑, 사랑을 안고 떠난다"고 했다.

유 관장은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 등장한다고 소개한 문장을 다시 언급하며 "톨스토이가 말한 두 가지를 모두 갖고 박물관을 떠난다"며 "한 사람의 관람객으로, 또 박물관 지지자로서 자주 찾아오겠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유 관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톨스토이는 '부활'에서 사랑과 자랑은 세월이 지나면 추억이 되지만, 실수와 죄책감은 현재형으로 남는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이임식은 약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박물관 측은 앞으로 더 좋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뜻에서 행사 명칭을 '퇴임식' 대신 '이임식'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유 관장이 사퇴하게 된 계기는 지난 7월 1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비롯됐다.

당시 박물관은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이라는 글씨를 독립운동가 박원근 지사의 작품으로 소개했다. 작품에 적힌 '한인(韓人) 박원근'이라는 서명을 근거로 애국지사의 유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전시 개막 한 달여 만인 지난 8월, 해당 작품이 독립운동가 박원근이 아닌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글씨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가 과거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작품의 실제 작성자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박물관은 작품을 철거하고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검증을 거쳐 지난 9월 7일 박중양의 글씨가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작품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며, 그가 직접 추천해 전시에 출품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특히 박물관과 유 관장이 부실한 검증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하면서도 작품이 관장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던 점이 문제가 됐다. 검증 부실과 이해충돌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 관장은 "서예사 전공자로서 확신했다"면서도 "철저하지 못한 고증으로 친일파의 글씨가 애국지사의 글씨로 잘못 전시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개인 자랑이 될까 봐 밝히지 않았고, 이후 박중양의 작품으로 밝혀진 뒤에는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개인 소장품을 전시해 사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유 관장은 해당 작품을 전시 종료 후 부여문화원에 기증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유 관장은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그간의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가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