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외국인 6만 시대, '머무름'에서 '정착'으로] ①유학에서 정착으로…대구에 뿌리내린 외국인들

입력 2026-11-02 15:16:35 수정 2026-11-02 15: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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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 머물려던 중국인, 어느덧 대구 생활 10년째
학업·취업 계기로 정착…익숙한 생활환경에 만족
일자리·자녀 교육 등 장기 거주 위한 고민도 여전

18일 성년의 날을 앞두고 지난 11일 영남대학교 민속촌 구계서원에서
18일 성년의 날을 앞두고 지난 11일 영남대학교 민속촌 구계서원에서 '2026학년도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하는 관례·계례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대학 박물관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들은 함께 어우러져 조선시대 전통 성년 의례를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영남대 제공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이 6만명을 넘어섰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부터 지역 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결혼과 취업을 계기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들까지 외국인은 이제 대구의 일상을 함께하는 이웃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는 것과 이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자리와 주거, 체류자격 등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하고 지역에 얼마나 오래 머물며 뿌리내리는지를 보여주는 통계와 정책적 관리도 부족하다. 매일신문은 대구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정착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살펴보고, 유입 중심의 외국인 정책이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처음부터 대구에 오래 살 생각은 아니었다. 학업이나 일자리를 찾아 낯선 도시로 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직장을 얻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잠시 머무는 곳이었던 대구는 어느새 일상을 이어가는 삶의 터전이 됐다.

중국 출신 A(37·여) 씨는 올해로 대구 생활 10년째를 맞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대구에서 2년 정도 생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연구와 봉사활동, 다문화 멘토링 등을 통해 인간관계도 넓혀갔다. 지금은 영주권(F-5)을 취득해 지역 대학 중등교육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오랜 시간 생활하면서 대구는 A씨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도시가 됐다. 다른 지역을 방문했다가 대구로 돌아오면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서울과 비교해 덜 복잡한 생활환경도 대구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다.

대구에 정착해야겠다고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와 연구실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가 쌓이고 익숙한 생활공간도 하나둘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대구에 머물게 됐다. 그렇게 2년으로 예상했던 대구 생활은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자신의 전문성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는 "대구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이미 많은 생활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계속 대구에서 살고 싶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공과 경력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일자리와 기회가 충분한지는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업에서 직업까지"…12년간 이어진 대구와의 인연

또 다른 중국인 B씨(33) 역시 유학을 계기로 대구에 왔다가 장기간 머물게 된 경우다. 그는 대구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을 마친 뒤 법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이후 연구원과 강의 활동을 거쳐 현재 비전임 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시작한 생활이 연구와 직업활동으로 이어지면서 대구에 머무는 기간도 길어졌다.

B씨가 대구에 남은 이유 중 하나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는 "서울은 경쟁이 치열하고 생활 비용이 높아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반면, 대구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학업과 연구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업과 연구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지역의 한계도 느꼈다. 수도권과 비교해 연구자 간 교류나 대규모 학술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B씨는 "서울과 비교하면 대구에서 대규모 학술 콘퍼런스나 전국 단위 전문가 교류 행사가 적어 최신 학술 동향을 현장에서 직접 접할 기회가 제한되고, 타 대학교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확장 속도도 다소 느린 편이다"며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발굴할 기회 역시 수도권에 비해 적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녀 교육도 앞으로의 거주지를 결정할 중요한 조건이다. 현재 미취학 자녀를 키우고 있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더 다양한 교육 기회가 필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활동에서도 전국·국제 단위의 협업이 중요해진다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선택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처음 대구에 왔을 때 6년 정도를 생각했던 B씨의 생활은 어느덧 12년이 됐다. 학업을 마치고도 대구에 남아 직장을 얻고 가족을 꾸렸지만, 앞으로도 이곳에서 살아갈지는 여전히 고민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1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대구 외국인주민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구시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대구의 외국인주민은 6만1천554명으로 전체 인구의 2.6%를 차지했다. 2012년 3만1천231명과 비교하면 12년 사이 3만323명(97.1%) 증가했다. 전년도인 2023년(5만8천944명)보다도 2천610명(4.4%) 늘었다.

유형별로는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주민 4만5천295명 가운데 기타 외국인(불법체류자·기업투자자 등)이 1만6천98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9천897명, 유학생 8천709명, 결혼이민자 5천838명, 외국국적동포 3천869명 순이었다. 한국국적 취득자는 5천798명, 외국인주민 자녀(출생)는 1만46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년 대비 유학생은 1천55명(13.8%)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외국인 근로자도 869명(9.6%), 결혼이민자는 258명(4.6%) 증가했다.

구·군별로는 달서구가 1만9천92명으로 가장 많았고, 달성군 1만3천147명, 북구 1만584명 순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 인원 역시 달서구(793명), 달성군(742명), 북구(310명) 순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