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서 협연…전석 매진으로 관심 입증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인연 이어져…예매 열기·다양한 관객층 관람
지난 21일 저녁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헬싱키 필하모닉의 협연을 보기 위해 객석은 일찌감치 만석을 이뤘다. 티켓 예매 전쟁을 뚫고 모여든 모녀, 젊은 연인, 혼자 공연장을 찾은 클래식 마니아들의 얼굴엔 시작 전부터 설렘이 가득했다.
첫 무대는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이끄는 시벨리우스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이었다. 관악과 현악이 겹겹이 쌓아 올린 북유럽 특유의 음향이 장내를 채웠다. 과도한 기교 없이 명료하고 절제된 음들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분위기는 양인모가 무대에 등장하며 순식간에 전환됐다. 그가 선택한 협주곡은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서정성과 날카로운 긴장감이 교차하는 난곡이었지만, 양인모의 활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흐름을 뚫고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독주와 관현악이 팽팽한 긴장감을 밀고 당기며 최고조로 치달을 때, 객석은 극도의 몰입감에 빠져들었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참았던 탄성과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잦아들지 않는 박수에 양인모는 두 곡의 앙코르로 화답했고, 객석은 다시 기립박수로 응답했다. 부산에서 공연장을 찾은 이혜수(42) 씨는 "양인모의 연주를 직접 듣고 싶어왔는데, 현장에서 전해지는 음향과 몰입감이 기대 이상이라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감상을 전했다.
후반부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으로 이어졌다. 헬싱키 필하모닉은 독주를 뒷받침하던 전반부와 달리 북유럽 클래식의 웅장한 음향을 거침없이 펼쳐냈다. 지휘자 사라스테의 카리스마도 돋보였다. 핀란드가 배출한 세계적 거장답게 사라스테는 과도한 기교나 과장 없이 절제되고 명료한 사운드를 조련해냈다.
이날 무대가 특별했던 것은 단순한 스타 연주자의 내한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결선 무대에서 양인모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이끌어낸 파트너가 바로 헬싱키 필하모닉이었다. 콩쿠르 무대에서 최고 영예를 안았던 청년 바이올리니스트가, 이제는 성숙한 거장으로 대구에서 옛 동료들과 재회한 셈이다.
수년 전 핀란드에서 함께 기적을 만들었던 이들이 대구에서 만들어낸 완벽한 호흡. 그 역사적 감동을 품은 박수소리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그랜드홀에 짙은 여운으로 남았다.






